1974년 1호선 개통 이후 40여 년간 서울 시민의 발이 되어준 지하철 ‘호선별 노선도’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복잡하게 얽힌 지하철 노선을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표준 디자인 체계를 구축,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 변경 전후 모습 (서울시 제공)
새롭게 디자인되는 ‘단일노선도’는 지하철 차량 내부, 승강장, 안전문 등에 부착되는 각 호선별 노선도로, 역명(한, 영, 중, 일), 환승 정보, 편의 시설 등을 담고 있다. 기존 노선도는 중요한 지리 정보 파악이 어렵고, 호선별 표기 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이용객들의 불편을 야기해 왔다. 특히, 길게 이어진 1호선의 경우 표준화된 디자인 부족으로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디자인 전문가 자문과 수차례 검토를 거쳐 내외국인 모두에게 직관적인 ‘신형 단일노선도’ 표준 디자인을 개발했다. 새로운 노선도는 가로형, 세로형, 안전문 부착형 등 3가지 형태로 제작된다.
최성호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단일노선도는 약자동행 디자인 원칙을 반영하여 서울의 통일된 이미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서체인 ‘서울알림체’를 활용해 가독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진열 국민대학교 AI 디자인학과 교수 역시 “개선된 디자인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지하철 이용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형 단일노선도’의 가장 큰 특징은 색각이상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색상 체계와 신호등 방식의 환승 라인 표기다. 또한 외국인 이용객을 위해 역 번호를 명확하게 표기하고, 서울과 타 지역 경계, 한강 위치 등 주요 지리 정보를 반영하여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핵심 정보 위주로 간결하게 디자인하여 노선도의 인지도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청, DDP, 남산서울타워 등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14개 대표 명소의 독창적인 픽토그램을 개발하여 노선도에 적용하고 관련 굿즈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는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며, 서울의 매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의 사례처럼, 픽토그램은 도시의 개성과 문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 변경 전후 모습 (서울시 제공) 특히, 이번 신형 단일노선도에는 서울시가 새롭게 개발한 ‘서울알림체’가 최초로 적용된다. MZ세대의 감각을 담은 ‘서울알림체’는 자연스러운 손글씨 형태와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으로, 작은 글씨로 표기된 역명 등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 지하철 정보 안내 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끌어올려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적인 시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서울시는 세계 최초로 여의도역 5호선 승강장 안전문에 투명 OLED를 설치하여 영상 형태의 노선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55인치 투명 OLED 패널 32대가 설치될 예정이며, 기존 안전문의 개방감을 유지하면서 노선 정보, 운행 방향, 비상 탈출 안내 등을 제공하여 시민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이용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이 투명 OLED 설치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으로 진행되며, 운영은 서울교통공사가 담당한다.
한편, 서울시는 이미 지난 2023년 23개 노선 624개 역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새로운 ‘서울지하철 노선도’를 개발하여 전 노선과 역사에 적용을 완료한 바 있다. 고령자와 색각 이상자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 ‘8선형’ 디자인을 적용하여 실제 역을 찾는 시간과 환승역 길찾기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신형 전체 노선도는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디자인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이번 신형 단일노선도는 기존 전체 노선도의 ‘약자 동행’ 디자인 원칙을 계승하여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며, “향후 전동차, 승강장뿐만 아니라 굿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신형 전체 노선도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서울의 글로벌 도시 위상 강화와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석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