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자동차 정비업계가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해온 ‘보험 정비수가의 비현실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재열 대구검사정비조합 보험분과협의회 회장마재열 대구자동차검사정비조합 자동차보험분과 협의회장이 자동차 정비 보험수가가 물가 상승과 인건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협의 체계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보험분과협의회는 자동차보험 정비수가와 관련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정비업체 대표들과 전문 기술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사 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 및 의견 수렴 기구로 활동 중이다.
마재열 회장은 “자동차 정비 보험수가는 현재 손해보험사·정비업체·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용역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책정된다”며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 항목이 누락되거나 시간 산정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설정되는 등 정비업체가 부당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 정비 견적은 ‘AOS 시스템(자동차수리 견적시스템)’을 통해 작성된다. 이 시스템은 손해보험협회가 관리하며, 표준화된 부품 가격·작업 시간·공임 기준 등을 기반으로 보험금 산정에 활용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OS 시스템이 정비 현장의 다양한 변수나 작업 난이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마 회장은 “보험사에서 사용하는 AOS 프로그램 하나만을 기준으로 적용하면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복수 견적 프로그램을 병행 도입해 정비업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보험 정비수가 책정 방식은 과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을 통해 일정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자배법은 일정한 정비공임과 시간 기준을 고시해 보험 정비비 산정에 기준 역할을 해왔으나, 법이 폐지된 이후 이러한 기준이 사라졌다. 현재는 과거 자배법 기준을 사실상 관행처럼 따르고 있어 수가 인상이나 구조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비공장에 입고된 수리차량 (자료사진)
마 회장은 “자배법 적용 시기보다 정비 기술은 고도화되고, 장비는 첨단화됐지만 정비 수가는 10여 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정비업체가 실제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 기술력을 반영한 현실적 수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향후 타 시·도 정비조합과의 정보 교류를 통해 전국 단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도 개선 및 조합원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마 회장은 “정비업계와 보험업계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이 제도에 반영되고,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는 구조가 갖춰질 때 비로소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철석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