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8시 40분경 광명경찰서에서 철산교 방면으로 지나는 차량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정체는 철산교를 지나 디지털단지오거리~구로산업단지까지 이어진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철산교 넘어가려고 길에서 30분은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성수(45) 씨는 부천, 광명을 거쳐 구로산업단지로 출퇴근한다. 평소 자가용으로 50분가량 걸리지만 광명경찰서를 지나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곳에서 철산교~디지털단지오거리를 거쳐 회사가 위치한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부근 3km 구간에서 심한 정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구에서 구로산업단지까지 거리는 총 20km 남짓. 인천 자택에서 광명경찰서 구간( 17km)은 대략 30분이 걸린다. 나머지 3km 구간을 길게는 20분까지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철산교를 넘어 회사까지 가는 거리는 전체 출퇴근 거리의 1/5밖에 안 되지만 출근 시간의 40%를 잡아먹는 셈이다. 휴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퇴근시간에는 정체가 더 심하다.
이 씨는 구로고가차도 철거 이후 차량 정체가 더 심화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단지오거리에 있던 구로고가차도가 철거되면서 남부순화로 차로가 8차로에서 11차로로 변경돼 해당 구간의 정체는 풀려지만 해당 구간에 신호가 생기면서 남부순환로를 가로 질러 가는 차량의 정체가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남부순환로의 한 축인 구로고가차도는 너비 18.5m, 길이 536m로 지난 1977년 도심 교통난 완화를 위해 설치됐다. 그러나 하부 교각과 옹벽으로 인해 상습적인 꼬리물기가 나타나 교차로 정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18일 오후 7시경 구로산업단지에서 디지털단지오거리~철산교 구간에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서울시는 해당 구간을 상습 정체구간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문제가 있으면 신호체계 등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서울시는 지난 2018년 12월 구로고가도로 철거를 시작해 작년 3월 31일 공사를 마무리했다. 전체 차로 수는 철거 전 왕복 8차로(고가 5차로, 하부도로 3차로)에서 10차로로 늘었다. 상습 정체가 발생하던 디지털단지오거리 사당에서 광명 방면으로 좌회전 차로가 증설됐고, 디지털단지오거리와 가리봉사거리 좌회전도 신설됐다.
시는 구로고차 철거로 디지털단지오거리 주변 환경이 정비돼 주민과 차량 이용자의 경관 조망권이 확보되고, 고가차로로 단절됐던 구로와 금천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해당 구간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반대되는 차선이 정체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일보>와의 통화에서 “구로고가 철거 후 해당 구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추후 교통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나오면 교통체계를 바꿀 수 있다”면서도 “현재 해당 구간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나온 것이 없어 추후 모니터링 결과가 나오는데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