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기 한국정비 대표 (대구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부이사장, 2지역 협의회 회장) 자동차정비업에 몸담은 지 48년. 그동안 정비업계를 관통한 가장 큰 불합리 중 하나는 보험사가 책정하는 자동차정비 보험수가의 구조적 허점이었다. 수차례 제도 개선이 논의되었으나, 여전히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대립은 반복되고 있다.
자동차정비 보험수가는 교통사고 차량 수리에 대해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표면적으로는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나, 실제 운영에서는 각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협상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이는 정비수가의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현장에서는 수년째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수가 체계,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자동차 기술은 해마다 발전하고 정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최신 차량에는 전자제어 시스템, 자율주행 센서, 고성능 배터리 등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보험수가는 여전히 구식 기준에 머물러 있다. 작업 난이도는 물론, 부품 단가와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재료대가 40% 이상 인상됐다는 통계도 있지만, 보험수가에는 이런 상승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인건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보상 기준은 제자리다. 이런 괴리는 곧 정비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소비자 피해로 되돌아간다.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불균형, 시스템 개선 절실
대형 보험사와 영세 정비업체 간 협상력 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AOS 프로그램 등 보험사 중심의 업무 시스템은 정비업체에게 일방적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 수리 전·후 사진 촬영, 서류 처리 등 실질적 보험업무까지 정비업체가 떠안고 있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거의 없다.
또한, 프로그램에 등록되지 않은 작업 항목은 인정받지 못해 실제로는 많은 정비가 '무상 처리'되는 실정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제도 개선과 협의체 구성 시급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작업중인 차량
자동차정비 보험수가 제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개편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투명한 수가 책정 기준 마련, 기술 변화 반영,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정비업체, 보험사,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실효성 있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정비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보험 가입자는 정당한 수리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정비업체는 자신의 기술과 노동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 양자 간의 균형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자동차 보험제도는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중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한 지금, 자동차 정비 보험수가 현실화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과제다.
도형기 한국정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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