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소규모 도로에서만 가능했던 비보호 좌회전이 앞으로는 3차로 이하 교차로에선 원칙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들은 좌회전 신호가 없거나 직진신호가 들어와 있을 때에도 요령껏 방향을 틀 수 있게 된다.
경찰청이 29일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유지됐던 불합리한 신호체계를 교통량 변화에 맞춰 탄력적으로 바꿔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려는 것은 기존의 신호주기가 교통흐름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는 선진국은 신호등을 남북직진→동서직진 2현시(顯示)로 운영해 신호주기가 60~120초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좌회전 신호가 더해져 남북직진→동서좌회전→동서직진→남북좌회전의 4현시로 운영해 주기가 140~150초로 늘어난다.
경찰은 비보호 좌회전 허용에 따른 대책으로 좌회전 차량과 반대편의 직진 차량이 충돌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심 제한 속도를 시속 50㎞로 낮추고, 좌회전 전용 대기 차로를 설치하거나 좌회전 대기 차량이 빠져나가도록 2~5초간 모든 방향에 적색신호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또 사거리에서 차량이 우회전한 직후 보행자가 건너는 건널목과 바로 만날 때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여지가 높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신호등은 우회전 방향 도로의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일 때 우회전 차량에는 적색신호를 줘 우회전을 선별적으로 제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경찰은 교차로 개량사업을 추진해 우회전 전용차로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좌회전 또는 직진ㆍ좌회전 동시신호를 직진신호보다 먼저 주는 기존 신호등 운영 방식을 변경해 직진신호를 다른 신호에 우선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차로의 신호등은 `직ㆍ좌 동시' 40.4%, `좌회전 후 직진' 29.1%인 데 비해 `직진 후 좌회전'은 9.7%에 불과하다.
좌회전 또는 직ㆍ좌 동시 신호를 직진 신호보다 먼저 주는 교차로가 많아 교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진차량 소통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점진적으로 `직진 후 좌회전' 신호 비율을 늘려 2011년까지 원칙적으로 모든 교차로에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점멸신호등 운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신호등 중 점멸신호로 운용되는 현황을 보면 심야 16.2%, 전일제 12.3%, 휴일 1.1%의 비율로 운영체계가 탄력적이지 못하다.
이는 통행량이 적은 야간이나 휴일에도 불필요하게 신호대기를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교통량을 고려해 심야나 휴일에는 점멸신호 운영을 확대하고 신호 통제의 필요성이 낮은 교차로에는 신호등을 없애 무신호 교차로나 회전교차로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도 고정된 신호 운영 때문에 다수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하는 등 신호경시 풍조가 만연해지고 에너지 낭비도 초래된다는 지적을 고려해 신호운영 방식을 탄력적으로 변경키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