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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험정비요금 뭐가 문제?⓷] 정비수가 정부 고시·협의회 폐지 의견 대두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1-01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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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생협력은 말뿐…손보업계는 ‘을’의 양보, 정비업계는 ‘갑’의 아량 바래

자동차보험 정비요금을 둘러싸고 손해보험업계와 정비업계가 수십 년 동안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 업계 간 분쟁은 몇 번의 제도 변화를 통해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해 심층취재를 통해 그 실태를 알아보고 해결방안은 없는지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⓵보험·정비업계, 수십 년간 피 튀기는 싸움

⓶공임 인상률 협상, 결렬 거듭…결국 새해로

⓷정비수가 정부 고시·협의회 폐지 의견 대두


자동차정비공장 모습.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구성은 손보업계와 정비업계 대표위원, 공익위원 등 각 5명씩 15명인데 보험·정비업계 간 입장 차이로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정비업계는 ‘을’의 입장인데다 보험업계는 물론 공익 대표들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힘에 겨운 싸움이다. 보험업계는 자사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공익 대표들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염려해 정비요금 인상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1대2의 싸움이다. 

 

또 정비업계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연합회)가 최근 둘로 쪼개져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힘이 분산되고 있다는 약점도 있다. 

 

정비업계 대표 위원들은 “정비공장들은 최근 재료가격과 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공임을 인상하지 않으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손보업계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음에도 정비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그동안 손보사들은 세금 성격인 자동차 보험료를 기반으로 사세를 키워왔으며 그 이면에는 정비업계의 희생도 따랐다”며 “지난 17년간 정비 요금은 고작 4번 인상됐다. 손보업계가 상생협력 차원에서 좀 더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누적 영업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맞서고 있다. 새해엔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차보험료가 인하돼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이미 2021년에 정비요금을 4.5% 올려 더 이상 인상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정비요금은 시간당 공임과 표준작업시간을 곱해 산정한다. 시간당 공임은 정비기술자가 차량수리를 제공하고 받는 대가이지만 정비공장의 매출과 경비, 이익 등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합리적인 적용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손보업계와 정비업계 분쟁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이유다. 

 

작업시간도 분쟁의 소지가 여전하다. 작업시간은 수리의 난이도, 작업자의 기능이나 숙련도, 공장설비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적절한 작업시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동일한 수리를 해도 어떤 작업자는 2시간이 걸리고, 어떤 작업자는 10시간이 걸릴 수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보험·정비업계 간 분쟁 방지를 위한 합리적 정비수가 결정체계를 마련해야 하나 양측의 이해관계상 이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1회성 인상률 책정과 단순 협상을 위한 불명확한 자료제출이 아닌, 객관적이고 체계화된 참고지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정비요금 산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자동차사고로 인한 진료수가를 고시하는 것처럼 정비수가를 지정·고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비공장들은 국토부 보험정비협의회에서 결정하기가 어렵다면 그냥 현장에 맡겨두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차피 인상률이 결정돼도 참고로 할뿐 법적 구속력도 없는 만큼, 협의회 제도를 폐지하고 각 정비공장과 손보사가 알아서 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서울 송파구 정비공장 사장 K씨는 “협의회에서 결정한 인상률 때문에 더 올리고 싶어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협의회 무용론을 주장했다.

 

반면, 자율계약방식은 ‘갑’의 위치에 있는 손보사들이 정비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보험정비협의회 같은 공공성 차원에서 정비요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비업체들은 ‘을’의 입장이기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보사의 횡포를 감당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영상 어려움과 만성적인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가뜩이나 3D업종으로 인식돼 기피하는 정비인력을 확보하는데도 지장을 초래해 차량수리에 차질을 빚으면서 차주들이 불편을 겪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일선 정비업체 사업자들은 "현재로선 임금을 10% 이상 인상해도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비인력 이탈을 방지하고 차량 수리 지연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적정한 공임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보업계는 물론 정비업계도 서로 ‘상생협력’을 외치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을’의 양보를 바라고 있고, 정비업계는 ‘갑’의 아량에 기대하고 있다. 동상이몽의 모습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보험 정비요금을 둘러싼 손보업계와 정비업계 간 분쟁은 올해도 여전할 전망이다. 그리고 상생협력은 여전히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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