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이 야간 운전 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취객 손님을 태우는 것이다. 태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난감한 대상이 술 취한 고객이다.
택시기사들이 야간 운전 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취객 손님을 태우는 것이다. 태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난감한 대상이 술 취한 고객이다.(교통일보 자료사진)심야시간에는 취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손님을 가릴 겨늘이 없다. 개인택시들이야 영업시간이 자유로워 그냥 접고 집으로 들어가면 되지만 한푼이라도 더 벌려면 취객을 안 태울 수 없게 된다.
지난 10월초 고속도로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취객이 운전기사를 무차별 폭행해 자칫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한 일이 있었다.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김포시의 40대 택시기사 A씨는 지난 10월 3일 오후 7시 30분쯤 안산시로 가는 손님을 태우고 출발했다. 하지만 손님은 택시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마초를 피워봤느냐', '왜 이리 가느냐', '술을 많이 마셨다' 등 횡설수설하더니 잠시 차량 실내등을 켰다가 다시 끄고 나서 휴대전화기와 주먹으로 A씨를 마구 내려찍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한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취객은 약 3~4분 동안 시속 70~100㎞의 속도로 달리는 빗속 택시안에서 욕설을 퍼붓고 휴대전화기로 A씨를 내려찍은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 취객이 죽이려 한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하고 차량을 고속도로 갓길에 주차했다.
특히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동안 못했던 회식에, 송년회 같은 술자리들이 많아지면서 술에 취해서 택시기사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MBC 등에 따르면 늦은 밤 비 오는 도로를 달리던 택시 안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갑자기 택시 기사의 뒷통수를 때리고 급기야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취객의 행패는 택시기사가 차를 몰고 파출소에 도착해서야 멈췄다.
경찰청이 밝힌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발생한 운전자 폭행은 2167건이다. 지난해는 4259건으로 2020년 2894건에서 47% 늘었다. 올해도 4000건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주취 상태에서의 폭력은 매년 80%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취객의 운전자 폭행은 택시 운행대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심야 택시 운행대수가 적어 심야택시난이 벌어지고 있는데 취객 폭행이 이어지면 심야에 운전하려는 기사들이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택시 공급을 줄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주취 폭행에 대해 훈방조치나 계도에 그치지 않고 엄정대응한다는 원칙을 거듭 밝혀왔다. 단속하는 것도 대책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술 취한 고객 스스로가 기사는 물론 자기 안전을 위해서라도 폭행을 자제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김남주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