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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행방지 대책은 없나?
  • 이명철 기자
  • 등록 2021-05-08 14: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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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처럼 보호격벽 설치 의무화해야” 목소리 높아

온라인 캡처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실질적인 현장 대책으로 버스처럼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젊은 남성 승객이 고령의 택시기사를 기절할 때까지 때리는 충격적인 장면이 빠르게 퍼졌다. 행인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 속에서 젊은 승객은 도로에 누워 저항하지 못하는 택시기사의 얼굴을 7~8차례 주먹으로 내려쳤다. 영상 말미에는 피해자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정신을 잃은 듯한 모습이 나온다. 이 장면은 TV뉴스에서도 방영돼 많은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서울관악경찰서는 택시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60대 택시기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20대 남자 승객 A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일 오후 10시경 택시기사로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을 거면 내려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받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난곡터널 인근에서 차를 세우게 한 뒤 택시기사를 도로 위에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

 

택시기사는 치아가 부러지고 뒷머리가 찢어지는 등 심한 상처를 입어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침을 뱉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돼 가중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특가법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 폭행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현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버스처럼 보호격벽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호격벽은 운전석 뒤 혹은 측면을 둘러싸는 투명 가림막의 얇은 아크릴판이다. 시내버스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화됐다. 택시는 지난해 6월 김영식 국민의 힘 의원의 대표발의로 택시 내 보호격벽 설치 지원 근거를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얼마 전부터 택시 보호격벽 설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일부 지자체가 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산상 한계와 기사들의 호응이 낮아 대부분 단발성에 그쳤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모든 택시에 보호격벽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아래 2019년 250대, 2020년 2500대, 2021년 2만대, 2022년 2만7540대 등 세부적인 설치 계획까지 세웠으나 2019년 236대를 끝으로 멈췄다. 지난해 120대에 보호격벽을 설치했지만, 이는 ‘코로나19 입국자 전용 택시’를 위한 것으로, 서울시가 당초 세웠던 계획과는 무관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상 한계와 택시기사들의 낮은 호응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며 “지난해도 사업 수립에 앞서 보호격벽 수요를 파악했었지만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보호격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많은 택시기사들의 이야기다. 한 택시기사는 “몇 년 전까지는 요금결제 시 불편하다거나 답답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사들의 호응도가 낮았던 면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위협도 있는데다가 승객 폭행이 잦다 보니 보호격벽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보호격벽을 설치한 한 여성택시운전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며 “실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또 다른 택시기사는 “보호격벽을 설치하고 싶은 기사들이 주변에 많이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망서리고 있다”며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지원사업을 재개하고 지원금액과 비중을 높여달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등에서는 택시기사 보호격벽이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택시 내 보호 격벽을 설치한 도시에서는 운전자에 대한 범죄가 80∼90%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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