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일제 강제동원 아동과 여성 관련 기록 공개
  • 강석우 기자
  • 등록 2020-08-14 10:42:20

기사수정
  •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 소장기록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 각 기관이 소장해오던 일제강점기 기록 중 그동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한 신문기사와 문헌 등을 공개했다.

또한 이들 기관은 그동안 각 기관차원에 머물렀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기록 분석, DB구축 등 관련 사업과 연구를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는 지난해부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관련기록의 분석과 연구를 함께하자는데 뜻을 같이해 온 3개 기관이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방향 모색을 위해 개최하는 공동포럼과 연계한 것으로 학계는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동·여성 강제동원의 반인권적, 불법적 동원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소장기록으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국내 노역현장에 강제동원한 ‘학도동원’ 내용이 담긴 학적부, 여성동원을 보여주는 간호부 관련 명부, ‘유수명부’와 ‘공탁서’, ‘병적전시명부’ 등이다.

그동안 학생과 간호부 동원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실제 인물과 동원내용이 기재된 명부가 공개된 것은 보기 드문 사례이며 이달 말까지 일반인도 예약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일제는 이미 1938년부터 학교별로 ‘근로보국대’를 결성해 학생들의 근로봉사를 강제했으며 당초 10일 정도 동원했으나, 전쟁이 심화되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기간을 늘려 학생들을 노동력을 강제 이용했는데, 학적부는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학도동원비상조치요강’과 ‘학교별 학도동원기준’은 ‘근로는 곧 교육’을 표방하는 조선총독부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년 수시 동원을 강제한 지침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학적부’에는 근로보국대 동원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학생을 졸업 후 일선 파견부대 군인·군속 명부인 ‘유수명부’와 ‘공탁서’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학생들을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인식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다.

간호부 및 여성 동원이 기록된 ‘유수명부’와 ‘공탁서’, ‘임시군인군속계’ 등도 공개됐다.

이들 명부에는 적간, 구간, 보간, 임간 등 등급 등이 자세히 명시된 간호부 외에도 용인, 타자수, 교환원, 세탁원, 공원 등이 있어 국내·외에 동원된 이들 여성에 대한 성격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총독부 도서관에서 이관된 도서 신문, 잡지 등 3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아동과 여성, 방공 동원과 관련된 자료를 엄선했다고 밝혔다.

우선 아동 동원은 ‘소년공’, 또는 ‘산업전사’라는 이름의 노무 동원 관련 문헌과 신문 자료를 공개했다.

중일전쟁 이후 일제는 후방의 산업 노동자들도 전선의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보국한다는 논리로 산업보국운동을 시행했는데, 조선의 아이들까지 ‘산업전사’라고 부르면서 동원했다.

전시된 신문에는 중학교 학생들을 광산과 공장 등에 동원하고 있는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

여성 동원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간호부 동원에 관한 신문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일제는 여성 간호부들을 ‘백의의 천사’로 선전하면서 여성들을 침략전쟁의 최일선으로 동원했다.

이를 위해 경성과 청진의 병원에 간호부 양성반을 설치하기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제는 간호부로 동원한 여성들에게 일본군 가미가제와 같은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방공 동원과 관련한 문헌으로는 조선방공전람회기록과 언문 방공 독본 등 2종이 전시됐다.

이들 문헌에는 침략전쟁 수행을 위해 방공을 명목으로 조선사회를 전시체제로 개편하려는 일제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일제는 1939년 6월 경성에서 ‘조선방공전람회’를 개최했는데, 조선방공전람회기록에는 전람회 개최 상황이 사진·그림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중에는 청계천 아래 대규모 지하시설을 구축해 방공호로 이용하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언문 방공 독본은 제목 그대로 한글로 제작된 방공 지침서였다.

‘애국반 가정용’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후방의 가정에서 여성과 아동이 공습에 대비해 알아야 할 여러 준비와 활동을 기재하고 있다.

발행일이 1941년 12월 20일이었는데, 그 시점이 진주만 공습 직후라는 점과 한글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던 때라는 것에서 주목된다.

방공 동원과 관련한 신문자료도 전시됐다.

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을 방공훈련에 동원하고 있는 상황을 비롯해, ‘학교방공’이라는 명목 아래 ‘학생은 전부 방공부대’라고 선동하는 신문 자료들이 전시됐다.

또한 국민학생용 교과서에 방공훈련 관련 내용이 삽입되기도 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지난해부터 관련 기관이 공동 협력을 활발히 진행해 왔고 이번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공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향후, 각 기관은 강제동원 관련 명부와 기록을 지속적으로 수집·정리·분석·공개하는 등 학계와 함께 강제동원 연구의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전시에 이어 열린 학술포럼은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의 개회사,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하 영상메시지,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기조강연, 주제발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일제의 아동과 여성 동원의 강제성과 불법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상으로 전한 축하메시지에서 “역사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과업의 진정한 가치는 진실을 보존하는 것이며 3개 기관이 모인 오늘 행사가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고 거짓된 사실을 밝히는 등불이자 진실을 알리는 커다란 목소리로 울려 퍼질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아동의 강제동원에 관해 연구해 온 주제 발표자 정혜경 박사는 ‘고난을 겪어낸 큰 사람들, 미발굴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동원된 조선의 작은 사람들 ? 노무작업장의 아이들’이라는 주제를 통해 일제 당국의 유소년 동원의 강제성과 불법성에 대해 발표했다.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 정혜경 박사는 “지난 2011년 일본 고베에서 열린 ‘강제동원 진상규명 전국 연구집회’에서 발표된 조선인 미성년 동원사례는 일본인들도 놀랐을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연령은 당시 ILO는 물론, 일본 국내법이 정하고 있는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었다”며 첫째 당시 국제기준에 근거한 미성년 노동의 범위와 기준의 설정, 둘째 다양한 사례의 발굴과 분석, 셋째 연구대상의 확대와 미시적 연구의 축적, 학제 간 연구 활성화 등을 제언했다.

정혜경 박사는 또 정부 각 기관은 소장기록의 공개 확대와 함께 사용자의 활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강제동원 관련 다양한 연구용역을 통한 산학협력 강화 및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각 기관 관계자들은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을 좌장으로 진행한 토론 및 일문일답에서 그동안 각 기관별로 추진해 온 강제동원 관련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공동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프로필이미지

강석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서울교통공사·한국철도공사, 창동차량기지서 열차 구원연결 합동훈련 실시 서울교통공사는 9일 창동차량기지에서 한국철도공사와 합동으로 열차 구원연결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직통운행에 관한 협약에 따라 1·3·4호선을 공동 운행하고 있는 양 공사는 열차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구원연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구원연결은 열차에 장애가 발생해 운행하지 못하게 ...
  2. 서울·경기 개인택시 면허 발급, 연장자 우선에서 추첨으로 바뀐다 서울, 경기 등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인택시 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할 때, 동일한 경력일 경우 연장자를 우선으로 하던 규정이 폐지되고, 앞으로는 추첨 방식으로 결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치법규 개정을 13일 발표하며, 불합리한 진입 규제를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개인택시 ..
  3.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교통카드 충전금액"…'국민생각함'에서 개선방안 찾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가 교통카드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충전한 이용자의 선불금이 소멸하는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한다.설문조사는 온라인 국민 소통창구인 「국민생각함」에서 오늘부터 21일까지 총 10일간 진행된다.전자금융거래 활성화로 '24년 상반기 기준 선불전자지급수단(페이, ...
  4. TS "자동차 긴급제동장치 맹신 위험…운전자 전방주시 필수" 한국교통안전공단(TS, 이사장 정용식)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며, 운전자들에게 ADAS 이용 시에도 전방주시 의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14일 강조했다. TS는 자동차 전문 채널 오토뷰와 공동으로 진행한 긴급자동제동장치(AEBS) 작동 시험 결과를 이날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AEBS는 차량 주행 중 전방 충돌 위험..
  5. 서울 버스노조 "통상임금 침해 말라"…26일 파업 출정식 예고 서울 시내버스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버스노조가 서울시와 사측의 통상임금 문제 제기를 교섭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오는 26일 파업 출정식을 예고했다.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14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 인도에서 '단체교섭 승리!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와 사용자 측...
  6. 부산 구·군 화물운수종사자 유류구매카드 발급 엄격해진다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관리 규정에 따른 유류구매카드 발급 승인 시 화물 단체가 발급하는 화물운송 종사자격증명을 확인한 후 발급하는 등 부산 구·군의 화물운수종사자 유류구매카드 발급이 엄격해진다.유류구매카드 발급 승인 시 화물운송 종사자격증명을 확인한 후 발급하게 되면 그동안 관련법상 의무화된 화물운전자 취업 관...
  7. “서부산권 산업단지에 중고차 대단지 조성을 위한 적정 규모 부지 제공 해야” 부산지역 자동차매매업계가 △대단위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을 위한 부지 제공 △부산신항 배후 지역 중고차 수출 복합단지 조성 △온라인 경매사이트 플랫폼 개발·운영 홍보 등 중고차 산업 육성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부산시자동차매매조합은 19일 부산시청 7층 의전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면담하고 이 같은 ‘정책 사업&rsqu...
  8. 서울시, 상암동 일대 '서울형 3D 자율주행 정밀도로지도' 시범 구축 서울시가 7월 말까지 마포구 상암동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20km 구간에 대해 3차원 디지털 기반의 '서울형 자율주행 정밀도로지도'를 시범 구축하고 민간에 개방한다.서울형 정밀도로지도는 서울시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트윈 플랫폼 'S-map'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S-map은 서울 전역을 3D 지도화한 스마트 도시 플랫폼으로, 도시행정...
  9. 대구 자동차정비업체 '경영난 위기'..."손해보면서 정비해야 하는 현실"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기자] 대구지역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잇따른 경영난으로 붕괴 직전에 놓였다. 교통사고 감소로 인한 수리 물량 감소와 부품 및 재료비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 손해보험사들의 일방적인 보험 정비 수가 삭감이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업계는 지속적으로 정비 요금 현실화를 요구하고 ...
  10. 어린이 교통사고, 5~6월 집중 발생… 오후 하원 시간대 ‘사고 최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봄철인 5~6월과 하원·놀이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7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12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현대해상 자동차보험에 접수된 보행자·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PM) 대상 교통사고 약 17만 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분석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