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전장연 73차례 지하철 탑승 시위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 하성우 기자
  • 등록 2026-08-28 15:52:23

기사수정
  • 전장연 73차례 시위 멈췄지만, 조례는 아직 절차 남아
  • '권리'라는 말에는 국가의 책임이 담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4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권 보장 조례 추진을 계기로 4년 가까이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접었다.


지난 2023년 1월2일 전장연이 서울교통공사 측의 저지를 뚫고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당장 안도한 시민이 많았을 것이다. 매일 아침 열차 지연 여부를 확인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시위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는 평범한 승객들이 지각과 일정 차질을 감수해야 했다. 병원 진료나 시험, 면접을 앞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휠체어가 오르내리며 출입문이 반복해 열리는 동안 안전사고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열차 지연과 시설 피해를 이유로 민형사상 대응까지 나선 배경이다.


지하철과 직접 관련 없는 탈시설·교육 예산까지 열차 안에서 요구한 대목, 나치와 우생학을 끌어온 비유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방식은 공감을 넓히기는커녕 오히려 반감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방법에 대한 비판과 권리 자체에 대한 부정은 다른 문제다. 시위가 거칠었다고 해서 이동권이라는 의제까지 함께 지워질 수는 없다.


시선을 한번 바꿔보자. 만약 내 가족 중 누군가 휠체어를 탄다면 하루하루가 어떻게 달라질까. 집 앞 지하철역에 승강기가 없다면 그 역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빠진다. 저상버스가 아직 배차되지 않는 노선이라면 정해진 시간에 병원이나 학교에 가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3년 1월9일 서울시청에서 황재연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 등 장애인 관련 단체장 9명을 만나 신년인사 겸 간담회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제공

이런 상황에서 콜택시를 부르면 대기 시간이 길어 진료 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비장애인에게는 '여러 이동수단 중 하나가 조금 불편한' 문제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갈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는' 문제가 된다.


그 차이가 바로 '이동편의'와 '이동권'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 놓여 있다. 편의는 예산 사정에 따라 뒤로 밀릴 수 있지만, 권리는 미룰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장연이 시위를 중단한 것도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기존 '이동편의 증진 조례'를 '이동권 보장 조례'로 바꾸는 개정을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상임위 심사와 9월 11일 본회의 의결, 이후 예산 편성까지 절차가 아직 남아 있어 확정된 결과로 보기는 이르다.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저상버스와 콜택시를 늘리고, 승강기가 없는 역에 접근로를 마련하는 등 지역별로 다른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권리'라는 선언은 결국 숫자와 예산으로 증명될 수밖에 없다.


전장연 역시 시민의 불편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동시에 시민들도 그들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지하철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비장애인도 사고나 질병, 노화로 내일은 교통약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결국 모두의 문제다.


지하철 시위는 일단 멈췄다. 하지만 이동을 '편의'가 아닌 '권리'로 만드는 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전장연이 2021.12.3.부터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같은 격리와 배제의 공간인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지금까지 총 73차례 진행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춘다고 24일 밝혔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1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부산 향하던 화물열차 탈선…경전선 13시간 만에 복구 경전선 화물열차 1량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열차 20대가 한때 운행을 멈췄다가, 사고 발생 13시간여 만에 복구가 완료됐다.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 31분경 경전선 낙동강역~한림정역 구간(하선 방향)에서 화물열차 맨 뒷 차량이 분리·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열차는 이날 오후 2시 24분 오봉역을 출발해 부...
  2. 부산시의회, 동서고가로 협약 동의…사상~해운대 고속도로 탄력 부산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제2대심도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그간 사업 추진의 현안 과제로 꼽혀온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협약안이 부산시의회의 동의를 받으면서 고속도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부산시는 지난 11일 시의회에서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3. [속보]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 결렬…16일 첫차부터 총파업 서울 시내버스 운행이 16일 새벽 멈춘다. 노사가 8시간 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5일 오후 2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오후 10시께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노조는 16일 오전 4시 총파업에 들어간다. 파업이 시작되..
  4. "연봉 8500만 원" vs 실제 원천징수 5554만 원…버스 기사 임금 논쟁 실체는 서울 시내버스 파업을 앞두고 버스 기사 연봉을 둘러싼 숫자 공방이 뜨겁다. 사측이 "최고 8500만 원"을 내세우는 반면, 노조는 실제 원천징수영수증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15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내세웠다. 조합은 앞서 부산 등 다른 광역시 수준인 10.32% 인상안을 먼저 제안했.
  5. [이슈]파업은 막았지만 '통상임금'은 미해결…새벽 극적 타결, 갈등 씨앗 남겨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6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하며 파업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의 핵심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채 불씨로 남았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6일 새벽 1시 50분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을 받아들여 2026년도 임금협약에 최종 합의했다. 전날 .
  6. 서울 시내버스 파업 전면 철회…16일 첫차부터 정상운행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며 파업이 전면 철회됐다.서울시는 16일 시내버스 노사간 임금협상 합의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전 노선이 평상시와 같이 정상 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앞서 노사 양측은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 돌입, 이튿날 새벽 1시 50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
  7. [단독]"수학여행 안전사고 방지에 최선"…서울전세버스 이사장이 꼽은 지원 사각지대와 남은 숙제 시내버스 파업이 나면 시민 발이 되고, 아이들 통학을 매일 책임진다. 그러나 속초 사고를 막을 AI 안전장치는 비용 문제로 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내 공영차고지는 단 한 곳도 없다. 25년 만에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지만, 전세버스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교통일보는 지난 16일 오성문 서울특별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
  8. 2차 교섭 D-1…"파업 반대" 현수막 단 서울 버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오는 15일 오후 2시 2차 교섭을 진행한다.  추석 연휴(24~27일)를 열흘 앞둔 16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법정 조정기간이 끝나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해 서울 시내버스 전 노...
  9. [이슈]대법 판결 해석 놓고 노사 정면충돌…서울시내버스 파업, 오늘 밤 9시가 데드라인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놓고 '거짓말'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했다. 조정이 결렬되면 16일 새벽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회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은 이날 밤 9시를 사실상의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유재호 ...
  10. 10월부터 KTX 두 달 전 예매 가능…외국인도 항공권 살 때 기차표 함께 끊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항공권을 살 때 국내 기차표를 함께 살 수 없다는 불편이 제기되자, 정부가 철도 승차권 예매 가능 시점을 출발 2개월 전으로 앞당긴다. 외국인 전용 다국어 서비스와 간편결제 수단도 함께 확대된다.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와 한국철도공사(사장 김태승)는 10월 1일부터 KTX 등 철도 승차권 예매기간을 출발 1개월 전에서 2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