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한강버스 선착장을 채운 건 출퇴근객이 아니라 나들이에 나선 어르신들이었다.
평일 오후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에서 나들이에 나선 노년층 승객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지난 8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선착장은 배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볐다. 본지 기자가 이날 직접 한강버스에 타 보니, 승객 상당수가 노년층이었다.
한강버스는 지난해 9월 '수상 대중교통'을 내걸고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첫 배는 오전 11시에 떠나 출근 시간대에는 다니지 않는다.
서울시는 내년 4월부터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평일 요금은 3천 원을 유지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지만, 평일 승객도 상당수는 관광 목적이었다.
이날 여의도에서 잠실로 가던 60대 여성 박모씨는 일행 6명과 함께 배를 탔다. 지난번 처음 타 보고 만족스러워 이번에는 단체로 다시 왔다고 했다.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지인들과 나들이 삼아 왔다는 설명이다.
박씨가 꼽은 매력은 1시간가량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낮에 타도 좋고, 해 질 녘 노을을 보며 타는 것도 좋다고 했다.
잠실에서 아내와 함께 여의도로 온 70대 최모씨는 이번이 세 번째 탑승이라고 했다. 날씨가 좋아 승객이 몰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배를 못 탈 뻔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에게 부모님을 모시고 꼭 한번 와 보라고 권했다.
요금 인상 계획을 전하자 최씨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값이 올라도 또 타겠다며, 6천 원도 다른 배를 타는 것과 비교하면 싸다고 했다. 한강 유람선 최저요금은 1만8900원이다. 한강버스에는 경로 할인이 없어, 어르신들도 일반 요금 3천 원을 낸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에서 열린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차등요금제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요금 인상 논의의 배경에는 적자가 있다. 본지가 지난달 29일 취재한 서울시 요금체계 개편 공청회에서 한상균 한강버스 대표는 올해 3~4월 승객 1인당 실제로 받은 요금이 청소년 할인과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 탓에 평균 2358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운영사가 자체 추산한 1인당 운항원가는 만석 기준 약 1만1천 원, 주말 탑승률 55%를 적용하면 약 2만 원이다. 지금 요금으로는 원가의 12~21%만 회수하는 셈이다.
운항 결손은 서울시 예산으로 메운다. 다만 시내버스 준공영제(운영 손실을 지자체가 보전하는 제도)와 달리 부대사업 수익을 뺀 금액만 보전받고, 이자 비용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운영사는 주말 요금만 올려도 연간 운항수입이 17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늘어 그만큼 시 보조금이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반면 시는 재정보다 주말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는 게 첫째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현장 모습은 서울시의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같은 공청회에서 "저희들 주말 수요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의 이동 수요보다는 관광 여가 수요가 높다라고 판단을 하고 있고요"라고 했다. 평일 역시 출근 시간대 운항이 없어 출퇴근 수요가 많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박 본부장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이용 목적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통행 목적에 대한 조사를 해서 운항 시간대라든지 항수 산정에 좀 반영을 하고 요금 정책에도 반영을 하면 좋을 듯합니다"라고 했다. 평일 이용객 가운데 관광·여가와 일상 통행이 각각 얼마인지 파악한 자료가 없다는 지적이다.
시는 출퇴근 기능을 장기 과제로 두고 있다. 박 본부장은 공청회에서 "추가 선박의 건조, 추가 선착장의 건설을 통해서 운항 환경이 좀 더 개선되면 그때 대중교통으로서 출퇴근까지도 모두 마크할 수 있는 계획을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시는 이를 2030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한강에서 한강버스가 운항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