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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급발진’ 논쟁, 기록이 갈랐다…149건 분석의 결론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6-01-19 17: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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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S, 2025년 의심사고 149건 전수 분석…109건 페달 오조작 확인
  • 60대 이상 75.2%·정차·저속 69.4%…사고 패턴도 '저속 구간'에 집중
  • EDR·페달블랙박스가 쟁점…강릉 사고 1심 패소 후 항소 진행 중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급발진 의심사고 14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109건이 운전자 페달 오조작으로 판정됐다.

 

2024년 7월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돌진 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S는 19일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 조사·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공단 제작결함조사를 거쳐 차량 이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사고가 109건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0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원인을 특정하지 못해 미상으로 분류됐다. 현재까지 차량 결함으로 확인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설명이다.


사고의 공통 패턴도 드러났다. 연령이 확인된 141건 가운데 60대 이상이 106건(75.2%)으로 압도적이었다. 주행 상태가 확인된 144건 중에서는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중 발생한 사고가 100건(69.4%)으로, 급가속을 주장하는 사고가 고속 주행 구간이 아닌 '정지 직후·저속 이동' 구간에 집중된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사고 장소는 도심 간선도로(40.3%), 아파트·주택단지(29.5%), 골목길(24.8%) 순이었다.


사법 판단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2024년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후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사고와 관련해 대법원은 2025년 12월 운전자에게 금고 5년을 확정했다. 법원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은 과실'을 원인으로 봤고 운전자가 주장한 급발진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함 여부가 감정과 기록을 통해 가려진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2025년 11월 경기 부천 제일시장 1t 트럭 돌진 사고도 수사 과정에서 페달 조작 문제로 정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운전자가 기어를 주행 단수에 둔 채 하차했다가 차량이 움직이자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석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과 CCTV 자료에 조작 정황이 담겼고, 현장에는 급제동 흔적인 스키드마크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이처럼 사고 원인을 가르는 핵심은 사고기록장치(EDR) 등 객관 데이터다. 제동·가속 입력, 속도 변화, 제어 신호가 담긴 기록이 확보돼야 차량 결함과 운전자 조작을 구분할 수 있다. EDR 판독 기준을 표준화하고 감정 절차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차량 결함 문제가 행정·사법 절차로 번진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2009~2011년 도요타 차량의 비의도적 가속 논란으로 전 세계 약 1,000만 대 규모 리콜이 이뤄졌다. 초기에는 바닥 매트 간섭이, 이후에는 가속 페달 메커니즘과 전자제어 안전성이 쟁점이 됐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대규모 조사를 벌였고, 도요타는 결함 정보 처리와 관련해 2014년 12억 달러 형사 합의를 마무리했다. 전자제어장치 안전성 검증과 리콜 통보 체계 강화 논의로 이어진 사건이다.


국내에서도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SUV가 신호 대기 중 앞차를 들이받은 뒤 수백 미터를 질주해 배수로로 추락했고, 동승한 12살 손자 이도현 군이 목숨을 잃었다. 


유족은 차량 결함을 주장하며 제조사를 상대로 9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5년 5월 춘천지법 강릉지원 1심은 EDR과 국과수 감정을 근거로 운전자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유족이 항소해 사고 원인을 둘러싼 판단은 상급심에서 다시 다퉈질 전망이다.


TS는 예방 기술 확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평가 항목을 새로 추가했고, 141명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에서는 오조작 의심 상황 71회를 감지해 사고를 차단했다. 정부는 2029년부터 신차에 해당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급발진 논쟁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고령 운전자 증가와 도심 저속 구간 사고가 맞물린 교통안전 이슈로 확장되고 있다. '차량이 스스로 가속했는가'라는 주장 단계에서 벗어나 기록과 감정으로 입증 구조를 정교화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출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방 기술 확대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 체계의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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