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업가치 2300억원을 인정받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던 대형택시 호출 플랫폼 ‘아이엠(i.M)택시’가 임금체불과 보험료 미납, 대표 횡령 송치까지 겹치며 운영 위기에 놓였다. 개별 경영진의 일탈을 넘어, 대형택시·직영제라는 사업 모델과 호출 시장 구조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택시 호출 서비스 ‘아이엠(i.M)택시’ 차량. (사진=진모빌리티 제공)25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아이엠택시는 소속 기사들의 건강보험료와 부가세 환급액 등을 제때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최근 아이엠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의 이성욱 공동대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대표는 계열사 JM10 소속 기사들의 건강보험료 등을 납부하지 않거나 부가세 환급액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는 노조 고소로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JM10 노조원 40여 명의 고소장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에는 2023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퇴직연금, 부가가치세 환급금 등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2023년부터 임금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져 왔다.
기사들에 따르면 2023년 7월 이후 월급이 2~3개월씩 밀리는 일이 반복됐다. 퇴직자들이 받지 못한 금액에는 임금 외에도 퇴직금과 각종 수당, 부가세 환급금 등이 포함돼 1인당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소 100명 안팎의 기사들이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아이엠택시는 2020년 12월 출범 이후 택시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한때 기업가치 2300억원을 인정받고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프리미엄·대형택시’와 ‘직영 운영’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로 한때 12개 택시 회사를 직영 형태로 운영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곧 비용 구조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대형택시는 중형택시보다 요금이 높아 수요가 제한적인 데다, 차량 관리비와 인건비 부담이 크다. 주 이용층이 4~5인 이상이거나 중형택시가 잡히지 않을 때로 한정되면서, 상시적인 수요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이어져 왔다. 여기에 직영제는 기사 수입을 회사가 일괄 관리하고 정액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여서,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매출 변동에 취약한 한계를 안고 있다.
호출 시장의 경쟁 구도도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90% 이상을 점유한 시장에서 기사 확보와 호출 물량 확대에 한계가 있었고, 아이엠택시는 직영 외에 가맹택시 확장도 추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플랫폼 경쟁력과 기사 유인 구조가 동시에 약화되면서, 규모 확장이 곧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재무 지표는 이런 부담이 누적돼 왔음을 보여준다. 진모빌리티는 2021년 138억원, 2022년 136억원, 2023년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3년 누적 적자가 33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재무제표 제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경영 사정이 더 악화되면서 12개 직영 택시회사 가운데 4곳은 협동조합택시로 전환됐고, 일부 회사는 운행을 거의 중단한 상태로 전해진다.
노조는 무리한 확장이 고정비 부담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대형택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과 기사를 과도하게 확보해 비용 구조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체불이 시작된 이후 숙련 기사들이 이탈하면서 운영 여건이 더 악화됐다고도 말했다.
회사 측은 고의적인 체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이엠택시 관계자는 “4대 보험료를 일부 늦게 납부하는 등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납을 의도한 것은 아니며, 대표들이 별도 대출과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체불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택시’ 모델로 주목받았던 아이엠택시의 현재 상황은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새로운 운영 모델이 안착하기 어려운 구조를 드러내는 사례로도 읽힌다. 대형택시와 직영제라는 선택이 시장 구조와 비용 체계 속에서 어떤 부담으로 작용했는지는, 임금체불과 운영 차질이라는 형태로 이미 표면화됐다. 수요 기반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구조가 먼저 커진 점이, 이번 위기의 한 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