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슈] 전동킥보드 속도조작 금지령 떴지만…안전 공백, 여전히 넓고 깊다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5-09-24 18:18:37

기사수정
  • 산업부, 최고속도 조작 원천 차단 안전기준 첫 제정…표시 의무도 부과
  • 민원 3년간 2만7천 건·무면허 PM 사고 411% 폭증 속 대책은 '속도'에만 한정
  • 무면허·방치·보험 공백은 손도 못 대…종합 대응 없인 실효성 의문

정부가 전동킥보드 속도조작을 원천 차단하는 안전기준을 처음 만들었지만, 쌓여 있는 제도 공백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버스와 나란히 달리는 전동킥보드. 아슬아슬한 동행이 도로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교통일보)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9월24일 발표한 이번 기준의 핵심은 단순하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의 최고속도인 시속 25㎞ 제한을 누구도 해제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막고, 제조·수입·판매업자가 조작 방법 자체를 안내하지 못하게 봉쇄했다. 


소비자는 제품 포장과 본체에 부착된 표시를 통해 조작 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기술 규격 차원에서 속도조작 문제에 직접 개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판매업자가 속도를 해제하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았지만, 소비자가 직접 해제할 경우엔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묵인돼 왔다.


손을 댄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2022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의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은 총 2만7천여 건에 달했고, 2024년 월평균 접수 건수는 전년보다 1.8배 늘었다. 불법 방치, 안전모 미착용, 청소년 무면허 운행이 민원의 주를 이뤘다. 권익위는 올해 6월 '민원주의보'를 발령하며 관계기관에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사고 지표는 더 가파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체 무면허 교통사고 1만9천여 건 가운데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가 41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474명, 부상자는 2만6천여 명에 이른다.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현실로 굳어진 셈이다.


면허 규정을 둘러싼 혼선도 제도 불신을 키웠다. 지난 8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제2종 보통연습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탄 학생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며 반드시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청소년 이용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법규가 이용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학부모 민원이 잇따랐다.


입법 시도도 이어졌다. 김은혜 의원은 지난달 '전동킥보드 안전법'을 발의하며 무단 방치 금지, 불법 개조 금지, 책임보험 의무화 등을 담은 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폐기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사용자가 규정 속도에 맞게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일상생활에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안전기준에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속도조작 차단이라는 한 가지 변수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권익위가 지목한 불법 방치, 보행자 안전 위협, 공원 내 과속, 청소년 무면허 운전, 책임보험 부재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자체 단속에 기대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경찰청·지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종합 대응 없이는 안전기준 하나가 사고 감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면허 체계 보완, 보험 가입 의무화, 청소년 이용 관리까지 다층적 접근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번 대책은 상징에 그칠 수 있다.


기술적 보완의 첫발을 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원이 폭증하고 사고가 급증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남은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다음 과제로 곧장 넘어온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1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부산 향하던 화물열차 탈선…경전선 13시간 만에 복구 경전선 화물열차 1량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열차 20대가 한때 운행을 멈췄다가, 사고 발생 13시간여 만에 복구가 완료됐다.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 31분경 경전선 낙동강역~한림정역 구간(하선 방향)에서 화물열차 맨 뒷 차량이 분리·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열차는 이날 오후 2시 24분 오봉역을 출발해 부...
  2. 부산시의회, 동서고가로 협약 동의…사상~해운대 고속도로 탄력 부산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제2대심도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그간 사업 추진의 현안 과제로 꼽혀온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협약안이 부산시의회의 동의를 받으면서 고속도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부산시는 지난 11일 시의회에서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3. [속보]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 결렬…16일 첫차부터 총파업 서울 시내버스 운행이 16일 새벽 멈춘다. 노사가 8시간 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5일 오후 2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오후 10시께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노조는 16일 오전 4시 총파업에 들어간다. 파업이 시작되..
  4. "연봉 8500만 원" vs 실제 원천징수 5554만 원…버스 기사 임금 논쟁 실체는 서울 시내버스 파업을 앞두고 버스 기사 연봉을 둘러싼 숫자 공방이 뜨겁다. 사측이 "최고 8500만 원"을 내세우는 반면, 노조는 실제 원천징수영수증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15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내세웠다. 조합은 앞서 부산 등 다른 광역시 수준인 10.32% 인상안을 먼저 제안했.
  5. [이슈]파업은 막았지만 '통상임금'은 미해결…새벽 극적 타결, 갈등 씨앗 남겨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6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하며 파업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의 핵심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채 불씨로 남았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6일 새벽 1시 50분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을 받아들여 2026년도 임금협약에 최종 합의했다. 전날 .
  6. 서울 시내버스 파업 전면 철회…16일 첫차부터 정상운행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며 파업이 전면 철회됐다.서울시는 16일 시내버스 노사간 임금협상 합의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전 노선이 평상시와 같이 정상 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앞서 노사 양측은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 돌입, 이튿날 새벽 1시 50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
  7. [단독]"수학여행 안전사고 방지에 최선"…서울전세버스 이사장이 꼽은 지원 사각지대와 남은 숙제 시내버스 파업이 나면 시민 발이 되고, 아이들 통학을 매일 책임진다. 그러나 속초 사고를 막을 AI 안전장치는 비용 문제로 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내 공영차고지는 단 한 곳도 없다. 25년 만에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지만, 전세버스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교통일보는 지난 16일 오성문 서울특별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
  8. 2차 교섭 D-1…"파업 반대" 현수막 단 서울 버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오는 15일 오후 2시 2차 교섭을 진행한다.  추석 연휴(24~27일)를 열흘 앞둔 16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법정 조정기간이 끝나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해 서울 시내버스 전 노...
  9. [이슈]대법 판결 해석 놓고 노사 정면충돌…서울시내버스 파업, 오늘 밤 9시가 데드라인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놓고 '거짓말'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했다. 조정이 결렬되면 16일 새벽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회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은 이날 밤 9시를 사실상의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유재호 ...
  10. 10월부터 KTX 두 달 전 예매 가능…외국인도 항공권 살 때 기차표 함께 끊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항공권을 살 때 국내 기차표를 함께 살 수 없다는 불편이 제기되자, 정부가 철도 승차권 예매 가능 시점을 출발 2개월 전으로 앞당긴다. 외국인 전용 다국어 서비스와 간편결제 수단도 함께 확대된다.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와 한국철도공사(사장 김태승)는 10월 1일부터 KTX 등 철도 승차권 예매기간을 출발 1개월 전에서 2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