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택시 최저임금제 '장난하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0-08-12 20:29:13

기사수정
  • 사납금 올리거나 소정 근로시간 단축 편법사용
지난 7월부터 道단위 市지역에서 택시기사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면서 택시 최저임금제의 목적과 취지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

택시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취지는 택시기사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승객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도 기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택시업체에서는 고정적 임금비중을 높이는 대신,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사납금을 인상하는 등 편법을 사용하고 있어 오히려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경기 광명시 소재 A회사는 지난달 최저임금제 적용을 앞두고 월급을 15만원 올리는 대신 한 달 사납금을 39만원이나 올렸다. 또 단협에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 실제로는 2인 맞교대 근무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는데도 서류상으로는 이 가운데 3분의 1만 일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의정부시 소재 B회사는 최저임금 적용을 위해 1일 근무시간을 7시간에서 2.7시간으로 축소하는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일방적으로 노동부 의정부지청에 제출해 말썽이 됐다. 이 회사 택시기사 C씨(49)는 "하루 근무시간이 3시간도 안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편법 적용하기 위해 사납금을 올리거나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는 전국 대부분 택시업체에서 이뤄지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노동시간이 법정 시간(주 40시간)에 못 미칠 경우 시급 기준(올해 4110원)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노사가 하루 노동시간으로 합의하는 '소정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있다. 사실상 기사 임금은 소정 근로시간만큼이고 나머지는 자율 휴게시간이니 일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되 사납금만 입금하라는 것이다.

서류상의 하루 노동시간을 줄이면 택시기사가 나중에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요양급여나 보험금 산정 때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또 택시회사들은 월급을 인상해주되 사납금은 그보다 더 많이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월급을 올리면 4대 보험료 등 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각종 비용이 증가하니 사납금을 더 받아야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월급 인상분보다 사납금 인상분이 훨씬 크기 때문에 결국은 택시기사의 급여 감소로 이어진다.

택시기사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적용한 것이 우습게도 노동조건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택시노련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면 나중에는 서류상으로는 30분 일하고 실제로는 12시간 이상 일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며 "택시사업주의 편법 행위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강화해줄 것을 노동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택시회사들도 할 말은 많다. 경기 수원시 소재 D회사 E사장은 "운송수입에서 사납금을 빼고 남은 초과수입금을 택시 최저임금에서 제외해 이런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택시운송업의 특성상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성과급 성격의 초과수입금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의정부시 소재 F회사 G사장은 "최저임금제 시행에 따라 요구되는 임금체계 개편, 고정임금을 인상하면 회사는 곧 망하고 말 것"이라며 "오른 기본급을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사납금을 인상하거나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경남 창원의 H회사는 도저히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며 지난달 30일 자정부터 운전기사 68명 전원을 해고해 논란을 빚었다.

택시 최저임금제는 운송수입에서 사납금을 빼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생산고 임금)을 택시기사들의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이다. 월 209시간 근무기준으로 85만8990원의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종전에 택시 기사들은 하루 동안 벌어들인 수입 가운데 사납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초과 수입은 성과급 형식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택시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면서도 이같은 사납금 위주의 근로형태가 변하지 않아 고정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추는 대신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사납금을 인상하는 등 편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방 노동청을 통해 택시회사 쪽을 지도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택시요금 인상과 택시기사 급여체계 개선과도 연관된 부분이라 우리도 뜻대로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택시 최저임금은 서울 등 광역시 이상은 지난해 7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및 도단위 시지역은 올해 7월부터, 군 단위는 2012년 7월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저임금제가 적용된 7대 광역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아 도단위 시지역처럼 갈등이 심하지 않았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군 단위 지역은 더욱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저임금은 매년 5% 수준으로 인상되는데 비해 택시요금 인상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해가 거듭될 수록 택시업체의 부담은 과중돼 회사 측은 지속적으로 사납금 인상 또는 소정 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택시 최저임금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노사갈등의 핵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추석 당일 고속도로 최대 684만 대…귀경 정체 새벽까지 추석 당일인 25일 전국 고속도로에 하루 684만 대 차량이 몰리면서 귀성·귀경 양방향 모두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47만 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46만 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오전 11시 기준 서울 요금소에서 부산까지 9시간 10분, 목포까지 7시간, 광주까지 6시간 1...
  2.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3.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4.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5.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6.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7.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8.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9.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10.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