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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계가 배우러 온 도로였는데"…16억으로 쪼그라든 자율주행 인프라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6-07-01 14: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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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방식 논쟁에 2년 멈춘 V2X 사업
  • 감사원 지적 이후 예산 16억 급감
  • 학계 신중론에 산업계 반론 팽팽

세계가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였던 자율주행 안전 인프라 사업이 예산 16억 원짜리 파일럿으로 쪼그라들자, 국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일곱 번째)과 발제자·토론자 등 참석자들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교통일보)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주최하고 코딧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 한국C-ITS산업협의체, 한국ITS학회가 공동 주관한 '더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정책 과제' 토론회가 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송 의원은 개회사에서 "복잡한 도로환경 속에서 차량의 센서와 인공지능의 판단만으로는 모든 위험을 완전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차량과 도로,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잇는 V2X(Vehicle to Everything)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V2X는 차량이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신호등 같은 도로 인프라와 위치·속도·위험 정보 등을 무선으로 주고받는 통신 기술이다. 차량 센서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송 의원은 지역구인 원주가 AI 시범도시로 선정되면서 자율주행 관련 과제가 포함된 점도 언급했다.


-예산 16억, 통신 논쟁에 발목


발제에 나선 정홍종 한국C-ITS산업협의체 대표(웨이티즈 대표)는 예산 추이부터 짚었다. 그는 2019년 울산·광주 지자체 사업으로 확대됐던 사업이 2021~2022년 130억 원, 2024~2025년에는 16억 원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이 정체의 원인으로 통신 방식 논쟁을 지목했다. 그는 "휴대폰으로 치면 2G 쓸지 3G 쓸지, 유럽 방식 갈지 미국 방식 갈지 정하는 작은 문제였다"며 "이 무선통신 방식 하나 때문에 2022년부터 약 2년간 사업이 정체됐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국 방식인 LTE-V2X로 통신 방식을 확정했지만, 그 이후에도 실증사업 외에는 사업이 사실상 멈췄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2023년 감사원 보고서를 직접 읽어봤다며 "국토교통부가 통신 방식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으니 다시 해 오라는 내용으로, 산업계 입장에서는 다소 무리한 보고서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올해 4월 10일 한국C-ITS산업협의체 발족으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담당 공무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산업계가 함께 목소리를 내 힘을 실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성과는 숫자로, 위기도 숫자로


앞서 첫 발제를 맡은 박만복 국립한국교통대 교수(한국ITS학회 부회장)는 지능형교통체계(ITS)의 성과를 통계로 제시했다. 


ITS는 전자·통신·제어 기술을 도로와 차량에 접목해 교통정보를 수집·관리하고, 교통시설과 수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뜻한다. 199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도입돼 지금의 실시간 내비게이션과 버스 도착 안내 등의 기반이 됐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자동차 500만 대일 때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3000명이었지만 지금은 자동차 2800만 대에 사망자가 대략 3000명"이라며 "사망자 수가 25분의 1로 줄어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ITS"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그 성과가 오히려 위기를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ITS가 일상화되면서 국민 체감은 약해지고 산업 성장도 정체돼 있다"며 "ITS 예산이 신규 사업보다 AI 같은 특정 사업의 하위 개념으로 편성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3년 12월 통신 방식 결정 이후 C-ITS 관련 큰 사업이 없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산업계 "개념부터 다시 정의하자" 


정홍종 대표는 두 번째 발제에서 해외 동향을 근거로 다섯 가지 제안을 내놨다. 그는 폭스바겐이 이미 200만 대에 V2X 관련 기능을 탑재했고, 유럽 15개국이 참여하는 데이터 플랫폼 DFRS가 매일 23만 건의 사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지금은 C-ITS를 자율주행을 위한 인프라로 정의하지만 중국·유럽·미국·인도·일본 어디도 자율주행만을 위한 기술로 보지 않는다"며 개념 전환을 첫 번째 제안으로 꼽았다.


두 번째 제안은 우선순위 조정이다. 그는 전국을 한 번에 깔 수는 없다며, 하이패스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했던 것처럼 투자 대비 효과가 큰 핵심 거점부터 순차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정 대표는 시설 구축 관점에서 데이터 유통 플랫폼 관점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운행 차량의 10% 정도는 단말기를 설치해야 데이터 축적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정부와 국회가 마중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K-NCAP 신차 안전도 평가에 해외 수준의 배점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는 입법과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더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제를 듣고 있다. (교통일보)-학계 신중론에 산업계 반론 


두 발제가 끝나자 좌장의 진행으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정구민 국민대 교수(한국모빌리티학회 회장)는 앞선 발제에 공감하면서도 신중론을 폈다. 


그는 "업체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그 아쉬움을 본 사업을 크게 가자는 요구로 풀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통신 규격이 바뀌면 자동차사가 테스트를 다시 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처음부터 계획을 다시 잡고 작게 테스트베드부터 가야 한다"며 "V2X에서 우리가 앞서 있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에 최광주 아이티텔레콤 대표(한국ITS학회 V2X통신위원장)가 반론을 폈다. 그는 2007년부터 ETRI, KT와 함께 V2X 원천기술을 개발해왔다며 "2023년 통신 방식 변경으로 국토부가 투자한 약 1조 원 가까운 성과가 무산됐고, 감사원 결과까지 이상하게 나와 직접 찾아가 강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표준이 바뀐 것은 물리 계층뿐이고 그 상위는 기존 표준과 똑같은데, 처음부터 다시 가자고 하면 2007년부터 해온 업체들은 무엇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자동차 입장에서는 칩셋을 다시 테스트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해달라는 뜻"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공공기관 엇갈린 온도차 


정부 측 반응은 신중했다. 홍복의 국토교통부 디지털도로팀장은 "저는 국가교통센터에서 내비게이션과 ITS 정보를 실시간으로 뿌리는 국도 ITS를 담당하며, 예산 프로그램상 자율주행정책과의 V2X 시범사업이 우리 과로 편성돼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소관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AI ITS 클라우드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2030년까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원칙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인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처장은 K-NCAP 평가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K-NCAP 평가를 하려 했지만 장착한 차량이 한 대도 없어 평가를 못 했다"며 "2025년부터 서류 평가로 가점을 부여하는 마중물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NCAP은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라 제작사와의 협의가 크다"며 "현대·기아가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지만 수출 비중이 더 큰 회사라 국내외 사양 이원화 여부를 비용 효율로 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경표 한국교통연구원 팀장은 데이터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정책 토론회이긴 하지만 두 발표를 보면 물량과 예산 말고는 데이터가 없다"며 "정책 결정자를 설득하려면 데이터 기반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인프라 있어도 못 쓴다"


가장 날 선 지적은 자율주행 현장에서 나왔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전국 15개 도시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 80여 대를 운영하며 현대차보다 많은 차를 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프라와 연동된 차량은 비상 상황에서 사람의 개입이 현저하게 떨어져 무인 자율주행에는 인프라 연동이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80대 중 10대만 인프라와 연동되는 이유를 스스로 짚었다. 그는 "대부분 도시에 인프라가 깔려 있지만 차와 실질적으로 연동돼 효율적 데이터를 주는 곳은 거의 없다"며 "ITS 데이터의 고객인 자동차의 수요를 받지 않은 채 설치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멈췄는지 명확히 분석하고 광주 대규모 실증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 자동차에 필요한 인프라 데이터가 무엇인지 표준을 정한 뒤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품업계도 힘을 보탰다. 김호준 에티포스 대표는 "차량 전용 주파수와 정보 데이터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여기 계신 분들 전부 필요하다는 데 만장일치일 것"이라며 "표준부터 시스템, OEM까지 갖췄고 세계 3위 현대차가 있는 만큼 이런 환경을 신속하게 갖춘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의 시각차가 이날 토론에서 뚜렷이 드러났지만, 멈춘 V2X를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그 속도와 방식을 둘러싼 온도차는 앞으로도 정책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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