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재정 부담 논란과 함께 제도 개편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적자 보전 구조를 유지할지 손볼지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선거 국면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표면상 논쟁은 “버스회사 적자를 왜 세금으로 메워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쟁점은 적자 보전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인지, 운영 체계를 바꿀 것인지에 있다.
이번 논란은 파업 재발 방지 대책과 맞물려 확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쟁의행위가 발생해도 최소 운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파업을 제도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반면 여권에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 공공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동구가 운영 중인 공공시설 무료 셔틀버스 사례를 확장하자는 구상이다. 운영 주체를 일부 공공으로 전환하는 접근이다.
여기에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공버스 확대 구상을 비판하며 가세했고,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동일한 준공영제 틀 안에서도 개편 방향은 엇갈린다.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도입됐다. 서울시가 노선 조정권을 갖는 대신, 민간 운수업체가 발생시킨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공공이 노선과 배차를 통제하면서도 운영은 민간이 맡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에는 노선 난립과 과당 경쟁을 정리하고 배차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20년이 흐르면서 다른 문제가 부각됐다. 수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손실은 공공이 부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매년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이를 보전하고 있다. 보전 재원이 늘어나면서 관련 부채도 누적됐다. 이 때문에 “버스회사 적자를 시민 세금으로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이 반복된다.
다만 적자 보전을 중단할 경우의 파장도 변수다. 버스요금은 공공요금으로 통제되고 있다. 운송원가 상승이나 인건비 증가가 발생해도 업체가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수 없다. 적자가 지속되면 노선 축소나 운행 중단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논쟁은 ‘기업 지원’이냐 ‘교통복지’냐로 갈린다. 버스는 중산층·저소득층과 교통약자가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전국 다수 지자체가 적자를 보전하면서 노인·청소년 무료 이용 정책이나 무상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요금 0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즉 문제는 세금 투입 자체라기보다, 그 재정이 어떤 구조로 집행되느냐에 있다는 분석이다. 적자 전액 보전이 유지되면 업체의 효율화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보전을 줄이면 요금 인상이나 노선 축소 압력이 시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개편 대안으로는 완전 공영제가 거론된다. 현재의 ‘부분 공공·부분 민간’ 혼합 구조 대신, 운영 주체를 공공으로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재정 부담은 명확해지지만, 수익 사유화 논란은 줄어들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이원화 모델이다. 수익 노선은 민간이 맡고, 적자 노선은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구조다. 하위 적자 노선을 서울시가 매입해 최저보조금 입찰 방식으로 운영하거나, 재정지원 상한선을 두고 노·사·서울시가 공동 책임을 지는 방식도 제시된다.
현재의 적자 전액 보전 방식을 기본 보전금과 성과 인센티브 체계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자율주행버스 확대 역시 인건비 구조를 낮출 수 있는 장기 변수로 언급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준공영제를 두고 “손해를 다 메워주니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사 모은 것 아니냐”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면허 구조와 재정 지원 체계가 결합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세금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투입할 것인가’에 있다. 필수공익 지정처럼 파업 대응을 강화할지, 공영화로 체계를 전환할지, 노선입찰형으로 경쟁을 도입할지 선택의 문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준공영제가 정치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장은 제도 손질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 20년간 유지된 구조가 유지될지, 수정될지 여부는 향후 정책 논의의 방향에 달려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