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3~4일 특정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 예고와 관련해 “열차 운행 방해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시민·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전경.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서울교통공사는 특정 장애인단체가 3~4일 이틀간 서울 지하철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데 대해 “열차 운행 방해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불법행위에는 민·형사상 조치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는 ‘2025년 세계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3일 오전 11시 1호선 시청역에서 ‘일자리 쟁취 결의대회’를 연 뒤,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4일 오전 8시에는 5호선 광화문역에 다시 모여 출근 시간대에 맞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사에 따르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혼잡한 출근 시간에 휠체어 이용자가 특정 열차 출입문에 집중 탑승하거나, 출입문 사이에 휠체어를 세워 열차 출발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돼 그동안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이를 열차 운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불법 행위로 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일 서울시·경찰과 대책회의를 열고 △시민·직원 안전 확보 △불법행위 원칙 대응 △열차 지연 원천 차단을 3대 원칙으로 하는 대응 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시위가 예상되는 주요 역에 양일간 공사 직원 약 300여 명을 배치하고, 경찰과 함께 질서유지선을 구축해 돌발 행동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 사전 고지를 통해 불법 시위가 민·형사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철도안전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추가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단체가 열차 운행 방해, 시설물 파손, 역사 내 노숙 등을 시도하면 경찰과 협조해 임의퇴거 조치를 하고, 필요 시 현행범 체포도 요청하기로 했다. 역사나 열차 혼잡이 극심할 경우에는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키는 방안도 검토한다.
공사는 매일 오전 시위와 선전전이 이어지고 있는 혜화역뿐 아니라, 이번 집회가 예고된 광화문역·시청역 등 도심 주요 역을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확대하고, 시위 대응 매뉴얼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법적 대응도 진행 중이다. 공사는 2021년 이후 이어진 특정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형사 고소 6건, 민사 손해배상 소송 4건을 제기한 상태다. 이 가운데 형사 사건 4건은 검찰 수사 중이며, 2건은 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민사소송 4건 역시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공사는 2021년 제기한 형사·민사 사건 가운데 2024년 혜화역 엘리베이터 고의 파손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1건을 제외하고는 아직 1심 판결도 선고되지 않았다며,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검찰과 법원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사가 해당 단체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가액은 약 9억900만 원이다. 공사는 이 금액이 시위로 인한 열차 운임 반환, 대응 인력 인건비, 열차 운행 중단에 따른 손실액만 단순 합산한 것이라며, “출근 지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사회적 손실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민원도 급증했다. 공사 고객센터에 접수된 특정 장애인단체 관련 민원은 2023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최근 3년간 총 6,59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당 단체가 열차 운행 방해 시위를 재개한 2025년 11월 한 달에만 1,644건이 몰렸다.
연도별로는 2023년 1,104건, 2024년 1,805건에서 2025년에는 11월까지 이미 3,689건으로 늘었다. 민원에는 “지하철 지연으로 지각이 반복돼 월급이 줄어드는 등 생계에 타격이 크다”, “거의 매번 지연 증명서를 끊어야 한다”, “지하철이 너무 혼잡해 압사 사고가 날까 불안하다”는 등 출퇴근 지연과 혼잡에 대한 호소가 다수 포함됐다.
공사는 이 단체가 장애인 일자리 확대, 관련 예산안 통과 등 공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요구 사항을 내걸고 있음에도 “지하철 시위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가성비 좋은 시위’라는 이유로 지하철을 계속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이용 시민을 볼모로 삼는 불법 시위는 이제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공사는 특히 그동안 시위 명분 가운데 하나였던 ‘교통약자를 위한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이 5호선 까치산역과 7호선 고속터미널역 공사를 끝으로 2025년 말 모두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엘리베이터 설치를 이유로 지하철 내 시위를 계속할 명분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공사 측의 입장이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행)은 “장애인 인권과 이동권 확대는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대가로 삼는 불법적 수단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지난 5년간 이어진 명분 없는 불법 시위는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되며, 지하철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려는 시민 모두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의 서울 지하철 4호선 지하철 탑승 시위. (교통일보 자료사진).
이번 대응 방침은 2021년 이후 이어진 열차 지연, 6000건이 넘는 민원, 9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로 누적된 시민 피로감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운행 방해를 불법으로 엄정 차단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갈등을 정리하기 어렵다.
장애인 일자리와 이동권을 정부·서울시·장애인단체가 공식 협의 테이블에서 다루기 시작할 때, ‘시민 불편 최소화’를 내세운 이번 대책도 비로소 설득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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