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버스조합이 2025년 재정지원 기준액 합의 직후 “환승제 탈퇴 방침은 변함없다”고 선언하며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조합은 환승손실 보전과 운송원가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2026년 1월 1일자로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며, 서울시는 상호 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실무 협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마을버스. 시민들의 ‘마지막 이동수단’ 역할을 해왔지만, 재정난과 인력난으로 환승체계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통일보 자료사진]서울시와 마을버스조합은 10월 2일 ‘마을버스 운송서비스 개선 합의문’을 체결해 갈등이 진정되는 듯했으나, 이틀 만인 4일 조합이 “환승제 탈퇴 방침은 철회한 적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재정지원 기준액 합의와 환승체계 유지 여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2026년 1월 1일 탈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루 평균 84만 명이 이용하는 마을버스가 환승제에서 이탈할 경우 시민 교통 편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쟁점의 본질은 단순한 협상 불발이 아니라 재정지원 구조와 운송체계가 얽힌 이중 갈등이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매년 차량 1대당 재정지원 기준액을 책정해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조합은 이를 ‘환승손실 보전’ 및 ‘운송원가 현실화’ 요구와 별개로 본다.
합의 직후 탈퇴 경고 재점화는 이 같은 구조적 불일치가 누적된 결과다. 이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민영제 기반의 마을버스와 공공 환승체계 사이의 제도적 간극이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서울 마을버스는 민간 사업자가 노선을 운영하고 수입·지출을 책임지는 ‘민영제’ 기반으로, 시가 요금 수입을 통합 관리하는 시내버스의 ‘준공영제’와는 구조가 다르다.
준공영제는 적자 정산을 통해 제도적 통제가 가능하지만, 민영제는 업체가 경영을 맡고 시가 환승 손실 등 일부만 보전해주는 방식이어서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서울 마을버스 재정 갈등은 2021년 코로나19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승객 수가 2019년 대비 27% 감소하고 운송수입이 635억 원 줄면서 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조합은 2021년 5월 12일 “지원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운행을 중단하고 환승제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하며, 처음으로 환승제 탈퇴 카드를 꺼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업계의 적자 누적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같은 해 5월 26일 추가경정예산 150억 원을 편성해 환승손실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조합도 운행 중단 계획을 일시적으로 보류했다. 그러나 조합은 추경 규모에 따라 운행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철회는 하지 않았다.
당시 시의회 정례회의에서 추경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요금 인상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으로 논의조차 진전되지 못했다. 이 시기를 계기로 서울시와 조합 간 재정 협상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서울시는 2025년 10월 2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과 ‘마을버스 운송서비스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체결했다. 김용승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과 김태명 서울시 교통기획관(오른쪽)이 합의문에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2023년 서울시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마을버스 적자업체 재정지원 확대 계획’을 수립했다. 기존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2011년 이후 등록 차량과 증차분을 포함해 총 1,585대를 지원 대상으로 확대하고, 1일 1대당 지원한도액을 23만 원까지 상향했다.
또한 자치구와 5:5 매칭을 통해 지원금 전액을 보전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추가 예산 확보와 재정지원 기준 재검토도 예고하며 정책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2025년 9월 시의회 교통위원회 회의에서는 보조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회계 투명성, 운행 데이터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됐다.
윤기섭 국민의힘 의원(서울특별시의회, 노원5) 은 “재정 여건이 개선됐음에도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실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서울시도 99개 업체의 흑자 전환 사실과 함께 ‘형식적 흑자’ 논란을 인정했다. 즉, 지원 확대와 관리 부실이 공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2025년에도 지원 확대 방침을 이어갔다. 재정지원 기준액(1대당 51만 457원)을 확정해 집행에 착수했고, 운행률 향상 시 추가 보조금 지급, 실무자협의회 상설 운영 등을 약속했다. 조합도 운송서비스 개선계획 제출, 배차간격 조정, 신규 기사 채용 등 운행 질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조합이 핵심으로 요구해온 환승손실 보전과 운송원가 현실화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합은 추석연휴 이후 실무자협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26년 1월 1일 환승제 탈퇴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민의 이동 편익을 위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구체적 재정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교통정책 전문가들은 단순한 보조금 확대만으로는 갈등의 근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적자의 원인을 환승제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요금 인상 이후에도 배차와 운행 품질이 회복되지 않아 수요가 빠진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보조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조합이 합의한 실무자협의회를 조속히 가동해 환승요금, 서비스 개선, 회계 공개 등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민간 사업자라 하더라도 공공교통 체계에 편입된 이상 일정 수준의 책임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