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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구급차’ 가이드 첫 마련…비응급 이송 땐 특례 배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7-29 11: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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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 긴급자동차 적용 기준 병원·민간이송업체 배포
  • Pre-KTAS ‘비응급(5단계)’ 환자 탑승 시 긴급성 불인정
  • 혈액·장기 운반은 인정, 검체·장비는 원칙 제외…예외 조항도

보건복지부가 구급차의 ‘긴급한 용도’ 판단 기준을 처음 마련해 의료기관과 민간 이송업체 등에 배포했다. 비응급 환자를 태운 구급차 운행은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아 우선통행 등 긴급자동차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이렌을 울린 채 도심 도로를 주행하는 구급차. 정부는 비응급 이송의 경우 긴급자동차 특례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짜 구급차’를 가려내기 위한 기준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비응급 환자를 태운 구급차나 환자 없이 사이렌을 울리며 운행하는 차량에 대해 더 이상 ‘긴급자동차’ 특례를 폭넓게 적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최근 현장에서 반복돼 온 특례 남용 논란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구급차에 대한 긴급자동차 적용 기준’을 마련해 병원과 민간 이송업체 등에 배포했다. 지금까지 구급차는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긴급한 용도로 운행할 경우 우선 통행, 신호 위반 특례, 사고 시 형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아왔다. 무인단속에 적발되더라도 긴급 운행임을 소명하면 범칙금이나 과태료가 면제되는 구조였다.


문제는 ‘긴급한 용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비응급 환자를 태운 채 사이렌을 울리고 운행하거나, 환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긴급차량처럼 주행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경찰 역시 단속 과정에서 “정말 긴급한 상황이었는지”를 두고 사후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특례 적용 여부를 놓고 혼선이 이어졌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급차의 긴급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이 없어 현장에서 단속과 행정 처분에 어려움이 컸다”며 “경찰청과 협의해 긴급성 판단 기준을 정리했고, 의료기관과 민간 이송업체에 이를 안내했다”고 말했다.


새 기준의 핵심은 ‘환자 중증도’와 ‘이송 목적’이다. 복지부는 병원 전 단계 중증도 분류 체계인 Pre-KTAS 결과를 기준으로, 5단계 ‘비응급’으로 분류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에는 긴급성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감기, 장염, 단순 열상 등 응급 처치가 시급하지 않은 상태의 환자를 태웠다면, 구급차라 하더라도 우선 통행이나 신호 위반 특례를 적용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운송 대상도 구체적으로 구분했다. 혈액과 장기 운반은 긴급성을 인정하지만, 단순 검체나 진료 장비 운반은 원칙적으로 긴급 용도에서 제외된다. 다만 감염병 검체처럼 신속한 이송이 공중보건상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긴급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재난 상황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이동시키는 경우 역시 제한적으로 긴급 운행으로 본다.


척추질환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송도 ‘긴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시했다. 환자의 이동 편의와 의료적 긴급성을 구분하겠다는 취지다. 환자를 태우지 않은 구급차의 경우에는 사후에 운행기록대장, 출동 및 처치 기록 등을 확인해 적법 운행 여부를 따질 방침이다.


이번 기준 마련은 최근 정치권과 정부 내부에서 제기된 ‘특례 남용’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환자를 태우지도 않고 사이렌을 울리며 운행하는 허위 앰뷸런스 사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기초 질서 확립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를 계기로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판단 기준을 정리했다.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속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은 구급차라는 이유만으로 ‘긴급’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중증도 분류와 운행 목적을 기준으로 보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경찰 역시 무인단속이나 현장 단속 이후 사후 검증 과정에서 참고할 명확한 잣대를 갖게 된다.


다만 의료계와 민간 이송업계 일각에서는 기준 적용 과정에서 또 다른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자 상태는 이동 중에도 변할 수 있고,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후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될 경우, 정당한 긴급 이송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응급 환자 이송을 막자는 취지가 아니라, 긴급자동차 특례의 취지를 벗어난 남용 사례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현장 적용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구급차 특례는 교통 흐름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생명 구조를 우선하자는 사회적 합의 위에 만들어진 제도다. 이번 기준 마련은 그 예외적 권한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다시 정리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가짜 구급차’ 논란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는 긴급성과 편의성이 뒤섞인 회색지대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해낼 수 있을지가 정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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