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택시 탑승 후 속이 울렁거린다는 민원이 늘면서 회생제동과 운전 습관을 둘러싼 승차감 논쟁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도심 도로를 주행 중인 전기택시. 사진 속 차종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교통일보) 최근 전기택시를 이용한 뒤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택시 호출앱 이용 후기에는 “뒷자리에만 타면 울렁거린다” “가속과 감속이 반복돼 속이 불편하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플랫폼 업계도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흐름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문제의 배경으로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 특성과 기사들의 운전 습관이 함께 거론된다.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최대 토크가 바로 나오기 때문에, 내연기관차와 같은 방식으로 출발·가속하면 몸이 뒤로 쏠리는 느낌이 더 크게 전달된다.
여기에 감속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밟기 전부터 모터가 제동을 거는 ‘회생제동(원페달 주행)’이 강하게 작동하면, 승객의 시각 정보와 신체 감각이 어긋나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들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기사들에게 회생제동 레벨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한 안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우버 역시 가맹 기사 교육을 통해 급가속·급제동 자제와 회생제동 설정 조정 등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운전 습관 개선 조치를 시행 중이다. 업계는 동일한 차량이라도 가속·감속 패턴에 따라 체감 승차감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 기사들의 고민은 효율과 체감 불편 사이의 간극이다. 서울에서 아이오닉5 전기택시를 운행하는 택시 기사 차모씨(52)는 “회생제동을 사용하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약 10% 정도 늘어난다”며 “도심에서 냉난방을 켜고 정체를 겪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 기능을 쉽게 끄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차 운행 비용과 충전 시간 부담을 고려하면, 효율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기사들은 승객 불편을 인지하면서도, 주행거리와 운영 비용 사이에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토로한다.
도심 운행 환경도 영향을 준다. 잦은 정차와 출발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가속·감속 빈도가 높아지고, 회생제동의 체감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내연기관차를 몰던 습관대로 페달을 조작하면, 승객 입장에서는 움직임이 더 급격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특성에 맞춘 운전 교육과 설정 가이드가 승차감 개선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급 흐름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전기택시 등록대수는 5,881대로, 2023년 1만2,252대와 비교해 53.1% 감소했다.
전기택시는 2020년 913대, 2021년 5,021대, 2022년 1만5,134대로 빠르게 늘었지만, 최근 들어 증가 속도는 조정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 운영 효율, 유지비 부담과 함께 승차감에 대한 이용자 체감도도 보급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보고 있다.
플랫폼과 기사, 이용자 모두가 체감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 습관 개선과 차량 설정 가이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택시의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승차감을 개선하는 방식이 정착되지 않으면, 이용자 경험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