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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3500만 번 탄다, 불친절 신고는 2581번…서울 택시, 숫자로 달라졌다
  • 하성우 기자
  • 등록 2025-04-01 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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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최초 '민원 누적 불이익' 시행 2년, 불친절 민원 15% 감소
  • 과태료 2% 처분율 한계 넘어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로 전환
  • 정선군, 유사 제도 첫해 민원 75% 급감…지자체 확산 기류

서울에서는 한 달에 택시를 3500만 번 탄다. 지난해 불친절 신고는 2581건, 전체의 0.007%에 불과하다. 숫자만 보면 미미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울시와 택시 업계가 2년에 걸쳐 조용히 쌓아온 변화의 흔적이 있다.


서울 시내 도로를 주행 중인 택시들. (사진=교통일보)

하루 평균 115만 명이 서울 택시에 올라탄다. 개인택시 4만9000여 대와 법인택시 2만2000여 대, 총 7만1690대가 도로를 누비며 연간 4억 건 넘는 운행을 소화한다. 이 방대한 이동의 흐름 속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불친절 민원은 2581건이었다. 전년도 3050건에서 469건이 줄어든 수치로, 감소율은 15.4%에 달한다. 전체 택시 민원에서 불친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26.5%에서 22.6%로 3.9%포인트 낮아졌다.


수치만 놓고 보면 민원 규모 자체는 미미해 보인다. 그러나 이 숫자들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실효성 없이 방치되어 온 구조적 문제를 행정이 정면으로 돌파하려 한 흔적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돌파구가 '단속'이 아닌 '데이터'였다는 점이 이번 변화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택시 불친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불친절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운용해왔다. 불친절이 처음 입증되면 사업정지 20일 또는 과징금 120만 원, 재차 적발되면 40일·240만 원, 3회에는 60일·360만 원이 부과된다. 자치구가 별도로 과태료 10만 원을 물릴 수도 있었다. 서류상으로는 강력한 제도였다.


현실은 달랐다. 불친절 민원 신고 중 90% 이상이 '증거 불충분'으로 행정 처분 단계조차 밟지 못했다. 처분율은 1.1~2% 수준에 그쳤다. 택시 안에서 기사와 승객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구체적인 증빙 자료 없이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장으로만 남았다. 신고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로 10년을 흘렀다.


서울시가 이 벽을 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개별 입증'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대신 민원 건수가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3년 초 '택시 서비스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택시발전법 등 기존 법령의 '사업개선명령' 조항을 활용해 불친절 민원 누적 시 제재를 가하는 체계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작동 방식은 단계적이다. 개인택시 기사에게 불친절 민원이 2건 접수되면 서울시는 먼저 '주의'를 통보한다. 법인택시는 7건이 기준선이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개인 3건, 법인 10건 이상이 누적되면서 불친절로 최종 판정까지 받으면 실제 처분이 내려진다. 기사는 4시간짜리 친절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법인택시는 2개월간 카드 단말기 통신비 지원금(월 5000원)이 깎인다. 금전적 타격은 크지 않지만, 불친절 신고가 내 이름 옆에 쌓인다는 사실 자체가 행동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2023년 2월 제도가 본격 가동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실제 처분을 받은 사례는 운수종사자 12명과 택시회사 3곳이었다. 주의 통보를 받은 기사는 218명, 택시회사는 68개 사에 달했다. 처분 건수가 많지 않다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주의 통보를 받은 기사와 업체가 이후 처분 수준으로 악화하지 않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제도의 실질적 억지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서울의 실험이 타당했다는 방증은 다른 지역에서 먼저 나왔다. 강원도 정선군은 서울과 유사한 '택시 불친절 민원 방지 대책'을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군 내 개인택시 종사자 102명과 법인택시 5개 업체 86명을 대상으로, 민원 발생 횟수에 따라 카드수수료 지원 제한, 호출서비스 이용 제한, 차량 폐차 보조금 지급 제외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결과는 서울보다 극적이었다. 2024년 20건이었던 불친절 민원이 대책 시행 첫해인 올해 75% 감소한 것이다.


대도시와 농촌 지역이라는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민원 데이터를 지원금과 연동하는 방식이 지역 규모와 관계없이 택시 기사의 행동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두 사례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이다. 현재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서울·정선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말투를 돌아보게 됐다"…현장의 목소리


제도의 변화가 실제 이용 경험에도 스며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8) 씨는 "예전엔 짧은 거리라고 핀잔을 주거나 내비 경로를 제멋대로 바꾸는 기사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확실히 줄었다"며 "민원 신고가 실제로 뭔가로 이어진다는 걸 기사들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40대 직장인 이모 씨도 "달라졌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대놓고 불쾌한 경험은 줄었다"고 했다.


기사 입장도 복잡하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15년째 운행 중인 박모(57) 씨는 주의 통보를 한 차례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억울한 신고도 있었지만, 통보를 받고 나서 말투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된 건 사실"이라며 "과태료는 '재수 없으면 내는 것'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건수가 쌓인다는 건 다르다. 기록이 남는다는 게 더 신경 쓰인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통 서비스 정책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민원 데이터 기반 관리는 입증 곤란이라는 기존 과태료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우회한 현실적 해법"이라면서도 "처분 수위가 지나치게 낮고, 허위 신고에 대한 방어 장치가 명확하지 않아 기사들의 불신이 쌓일 수 있다는 점은 제도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용자 체감도도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다.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2024년 서울 택시 서비스 시민 만족도 조사 결과는 83.0점이었다. 2020년 82.1점에서 출발해 2022년 잠깐 82.2점으로 주춤했다가 이후 다시 방향을 틀어 4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절대 점수 자체보다 꾸준한 우상향 곡선이 더 주목할 부분이다.


이재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방송통신부장은 다만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짚는다. "민원 건수 감소만으로 서비스 수준이 실제로 개선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민원은 신고 방식이나 이용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승객 체감 서비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장기적인 이용 데이터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원 감소가 실제 서비스 향상인지, 아니면 신고를 덜 하는 환경의 변화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도 제도의 방향을 거스르기보다는 내부 변화로 호응하는 분위기다. 불친절 신고를 받은 소속 기사에 자체 교육을 실시하고, 이용자가 요금 환불을 요청할 경우 최대 5만 원까지 돌려주는 환불 제도도 병행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중 친절 택시기사 30여 명을 선정해 시장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그동안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위해 업계와 함께 다방면으로 노력해 온 결과, 불편 민원이 줄고 이용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며 "시민이 믿고 타는 더 친절하고 안전한 서울 택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처벌보다 관리,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이번 변화가 택시 행정사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한 민원 감소 이상이다. 수십 년간 단속과 적발 중심으로 유지되어온 택시 서비스 관리 방식이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과 선제적 통보'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불친절 신고가 들어오면 당사자와 소속 조합에 즉시 통보하고, 신고인·운수종사자 양측 진술을 교차 검토해 판정하는 절차는 기존 과태료 부과 체계와는 질적으로 다른 관리 구조다.


다만 이 체계가 장기적으로 실질적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 서울 시내 7만 대 택시가 하루에 쌓아내는 115만 건의 운행 가운데 민원이 하루 평균 7건에 불과한 현실에서, 통계의 변화가 승객의 이동 경험 전반에 얼마나 스며들어 있는지는 시민 각자의 일상에서 판가름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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