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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이유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0-12 1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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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8명째 과로사…대부분이 개인사업자인 ‘특고’ 신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또 한명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모 및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병문 기자

택배기사가 배송업무 중에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12일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북구에서 일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 모(48)씨가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택배노조가 김씨의 동료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 출근해 오후 9~10시 퇴근하며 하루 평균 약 400여 건의 택배를 배송했다고 한다. 

 

노조는 “평소 지병이 없었던 김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은 과로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 주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기로 한 정부와 업계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8번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송 물량이 늘면서 택배기사들이 심한 과로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그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는 상황이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로 분류되며 대부분 개인사업자다.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운송위탁계약을 맺는데 대부분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이 아니며 구역을 정해 건당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법이 보장하는 유급휴가를 받을 수 없다. 혹시 아파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체할 기사를 알아서 구해야 한다. 하루 수입과 용차비용 등을 포함해 20~30만원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 2017년 6월 서울지역 500명의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74.1%가 몸이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어쩌다 쉰다고 해도 택배기사가 해야 할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택배물량의 근원이 되는 소비자의 상품주문은 그치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뒤로 밀릴 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경제가 부각되면서 배송물량이 크게 늘어나 택배기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으나 일을 줄이기 위해 담당구역을 쪼개거나 배송물량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도 없다. 언제 수입이 줄어들지 몰라서다.

 

이에 따라 택배기사의 휴식 보장을 위해 정식으로 연차와 월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법률 개정 등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추진 속도는 제자리다.

 

택배 수수료를 올리는 대신, 배송 물량을 줄이는 방안도 있으나 현재 국내 택배시장 상황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량 유치를 위한 택배업체들 간의 출혈경쟁으로 택배 평균단가는 지난 1992년 택배 서비스 등장 후 오히려 꾸준히 떨어져 왔다.

 

일하다 죽은 것도 억울한데 대부분 택배기사들은 산업재해 적용조차 되지 않는다. 지난 8일 숨진 김씨도 사측의 강요로 산업재해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산재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노조 측은 밝혔다. 

 

택배기사 등 14개 특수고용직도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지만, 당사자 의사에 따라 보험 적용에서 빠질 수 있다. 말이 좋아 본인 의사지 사실상 대부분 특고는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사업주 요구에 따라 적용 제외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제외 규정’를 폐지해 특고들에게 산재 안전망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택배노조는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8명 중 5명이 CJ 대한통운 소속”이라며 “CJ 대한통운은 또다시 발생한 과로사에 대해 명백한 입장표명과 도의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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