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슈] "부모님 면허로 빌려요"···전동킥보드 무면허 사고, 대여 확인 의무는 없다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6-09-22 16:49:03

기사수정
  • 청소년 무면허 사고 63%, 전동킥보드가 원인
  • 2021년 면허 의무화 후에도 대여업체 확인 의무 없어
  • PM 안전관리법 국토위 통과했지만 본회의 처리 미정

21일 김포 장기역 근처 한 상가 밀집 사거리. 방과 후 시간대, 교복 차림의 중학생 두 명이 공유 전동킥보드 한 대에 나란히 올라탔다. 면허도, 안전모도 없었다. 킥보드는 차도와 인도를 오가며 사거리를 가로질렀다.


안전모도, 면허도 없이. 청소년 두 명이 공유 전동킥보드 한 대에 올라탄 채 차량이 오가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교통일보)청소년들의 무면허 전동킥보드 이용이 공공연히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하 공단)이 지난 8월 분석한 최근 3년간(2023~2025년) 무면허운전 사고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하 청소년의 무면허 사고 가운데 63.4%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였다. 법은 면허를 요구하지만, 면허를 확인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무면허운전 사고는 총 1만4512건, 사망자는 361명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3년 5165건, 2024년 4860건, 2025년 4487건으로 감소 추세지만 연간 4000건을 웃돈다. 


가해운전자 연령대별로는 19세 이하가 전체의 28.0%(4062건)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2576건이 PM 사고였다.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7년 117건에서 2023년 2,300여 건으로 6년 새 20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의 뿌리는 제도 설계에 있다.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PM 운전에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만 16세 이상 취득 가능) 이상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공유 킥보드 대여사업자에게 이용자의 면허나 연령을 확인할 법적 의무는 부과되지 않았다. 대여 앱에 면허번호를 입력하면 실제 확인 없이 킥보드를 빌릴 수 있는 구조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전동킥보드 대여업은 지자체 신고·등록 의무조차 없는 자유업이다.


이 구멍을 청소년들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기자가 김포의 한 상가 밀집 사거리에서 만난 중학생 6명은 3팀으로 나뉘어 각각 킥보드 한 대에 2명씩 올라탄 채였다. 면허는 부모 것을 몰래 쓴다고 했다. 김포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B군(15)은 "부모님 면허 사진 찍고 번호 입력하면 그냥 빌려진다"며 "단속은 한 번도 걸린 적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보이면 바로 자리를 피한다고도 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학생들도 같은 방식을 쓴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PM 교통사고 가운데 무면허 운전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47.2%에서 2023년 48.1%, 2024년 52.3%로 높아졌다. 사고 운전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면허 없이 PM을 몰았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PM 운전 시 면허를 요구하는 현행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법적 근거는 재확인됐지만, 현장에서 면허를 확인할 주체는 여전히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여사업자 등록제와 16세 이상 본인 확인 의무 등을 담은 PM 안전관리법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했다. 그러나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 면허 소지 의무 등을 법안에 추가 명시하기 위해 법안을 다시 회수해 재논의 중이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PM 제도를 확립한다는 방침이지만, 본회의 처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면허 확인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공유 킥보드 가입자의 70%를 차지하는 20대 이용자를 중심으로 이용 건수가 급감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동킥보드 업체는 지자체에 신고나 등록이 필요 없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면허검증시스템 의무화를 촉구했다. 여야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업체 의무 수준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경우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면 효과가 있다"며 "학교 현장에 출강해 교통안전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실제로 무면허로 킥보드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조차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자녀가 부모 면허를 몰래 사용해 무면허 운전을 하면 부모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녀가 위험한 행동에 노출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1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부산 향하던 화물열차 탈선…경전선 13시간 만에 복구 경전선 화물열차 1량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열차 20대가 한때 운행을 멈췄다가, 사고 발생 13시간여 만에 복구가 완료됐다.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 31분경 경전선 낙동강역~한림정역 구간(하선 방향)에서 화물열차 맨 뒷 차량이 분리·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열차는 이날 오후 2시 24분 오봉역을 출발해 부...
  2. 부산시의회, 동서고가로 협약 동의…사상~해운대 고속도로 탄력 부산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제2대심도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그간 사업 추진의 현안 과제로 꼽혀온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협약안이 부산시의회의 동의를 받으면서 고속도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부산시는 지난 11일 시의회에서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3. [속보]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 결렬…16일 첫차부터 총파업 서울 시내버스 운행이 16일 새벽 멈춘다. 노사가 8시간 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5일 오후 2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오후 10시께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노조는 16일 오전 4시 총파업에 들어간다. 파업이 시작되..
  4. "연봉 8500만 원" vs 실제 원천징수 5554만 원…버스 기사 임금 논쟁 실체는 서울 시내버스 파업을 앞두고 버스 기사 연봉을 둘러싼 숫자 공방이 뜨겁다. 사측이 "최고 8500만 원"을 내세우는 반면, 노조는 실제 원천징수영수증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15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내세웠다. 조합은 앞서 부산 등 다른 광역시 수준인 10.32% 인상안을 먼저 제안했.
  5. [이슈]파업은 막았지만 '통상임금'은 미해결…새벽 극적 타결, 갈등 씨앗 남겨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6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하며 파업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의 핵심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채 불씨로 남았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6일 새벽 1시 50분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을 받아들여 2026년도 임금협약에 최종 합의했다. 전날 .
  6. 서울 시내버스 파업 전면 철회…16일 첫차부터 정상운행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며 파업이 전면 철회됐다.서울시는 16일 시내버스 노사간 임금협상 합의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전 노선이 평상시와 같이 정상 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앞서 노사 양측은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 돌입, 이튿날 새벽 1시 50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
  7. [단독]"수학여행 안전사고 방지에 최선"…서울전세버스 이사장이 꼽은 지원 사각지대와 남은 숙제 시내버스 파업이 나면 시민 발이 되고, 아이들 통학을 매일 책임진다. 그러나 속초 사고를 막을 AI 안전장치는 비용 문제로 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내 공영차고지는 단 한 곳도 없다. 25년 만에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지만, 전세버스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교통일보는 지난 16일 오성문 서울특별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
  8. 2차 교섭 D-1…"파업 반대" 현수막 단 서울 버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오는 15일 오후 2시 2차 교섭을 진행한다.  추석 연휴(24~27일)를 열흘 앞둔 16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법정 조정기간이 끝나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해 서울 시내버스 전 노...
  9. [이슈]대법 판결 해석 놓고 노사 정면충돌…서울시내버스 파업, 오늘 밤 9시가 데드라인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놓고 '거짓말'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했다. 조정이 결렬되면 16일 새벽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회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은 이날 밤 9시를 사실상의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유재호 ...
  10. 10월부터 KTX 두 달 전 예매 가능…외국인도 항공권 살 때 기차표 함께 끊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항공권을 살 때 국내 기차표를 함께 살 수 없다는 불편이 제기되자, 정부가 철도 승차권 예매 가능 시점을 출발 2개월 전으로 앞당긴다. 외국인 전용 다국어 서비스와 간편결제 수단도 함께 확대된다.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와 한국철도공사(사장 김태승)는 10월 1일부터 KTX 등 철도 승차권 예매기간을 출발 1개월 전에서 2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