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가을 나들이철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은 5년째 2%대에 묶여 있다.
가을 나들이철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은 5년째 2%대에 묶여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11월이 그 뒤를 이었다. 2022년 교통사고 통계 기준으로, 나들이 차량이 늘어나는 시기와 겹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4만5,873건이었다. 1년 전보다 8% 넘게 늘었고, 2021년과 비교하면 44% 증가한 수치다.
사망자는 843명으로 한 해 사이 10% 넘게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15.7%에서 지난해 23.7%로 올라, 네 건 중 한 건꼴이 됐다.
사고 증가에는 고령 운전자 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401만 명에서 563만 명으로 40% 넘게 증가해, 운전대를 잡는 고령자가 그만큼 많아졌다.
지원금 올린 지자체…울주군 한 달 만에 430명
지자체가 주는 면허 반납 지원금은 대부분 10만~2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 수준이다. 서울시도 70세 이상 반납자에게 10만 원이 담긴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가 금액과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울산 울주군은 65세 이상이 면허를 반납하면 시비 10만 원에 군 예산으로 온누리상품권 40만 원을 더해 모두 50만 원을 준다. 기존 10만 원이던 지원금을 5배로 올렸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시행 첫 달에만 430명이 신청해 전년도 전체 실적을 한 달 만에 넘어섰다. 울주군 측은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지난해의 네 배 이상 반납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강남구와 부산 연제구는 실제 운전 여부에 따라 지원금에 차등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 강남구는 70세 이상 가운데 자동차보험 가입 등으로 운전 사실을 증명하면 구 예산을 더해 최대 50만 원을 지급한다.
이어 연제구는 75세 이상에게 기본적으로 지역화폐를 주고, 실제 운전을 입증하면 현금 30만 원을 별도로 얹어준다.
반납자 10명 중 8명은 '장롱면허'
차등 지급이 확산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해 8월 펴낸 ‘2024 회계연도 결산검토 보고서'에 그 배경이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담긴 충남 천안시 사례를 보면, 면허를 반납한 사람 가운데 실제로 운전을 해 온 비율은 16.9%에 그쳤다. 나머지 80% 넘는 이들은 이미 오랫동안 운전을 하지 않던 '장롱면허' 소지자였다.
전국 반납률도 제자리걸음이다. 경찰청 집계로 고령운전자 반납률은 2021년 2.09%에서 지난해 2.51%로 소폭 올랐지만 5년째 2%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반납자는 약 14만 명이다.
반납 효과는 분명한데…운전 필요한 이들은 '유지'
반납 사업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면허 반납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을 6.57로 분석했다. 반납률이 1%포인트 오르면 고령자 사고가 연간 203건 줄어든다는 전망도 내놨다.
군산대 연구진 분석에서도 고령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할 때마다 연간 사회적 비용이 약 42만 원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원금이 실제 운전을 하는 고령자보다 이미 운전을 그만둔 이들에게 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정작 운전이 꼭 필요한 고령자는 반납에 선을 긋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6년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농업인의 94.8%는 면허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밭일이나 장을 보러 갈 때 차가 없으면 불편한 데다 대중교통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계 문제도 얽혀 있다. 2024년 말 기준 운수업 종사자 81만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반납을 권하면 이동권과 생계를 모두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대한노인회 등 노인 단체는 나이만으로 운전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건부 면허' 2027년 하반기 도입 목표
대안으로는 '조건부 면허'가 논의되고 있다. 경찰청은 2027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관련 제도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 운전과 고속도로 주행을 금지하고 안전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면허를 전면 취소하는 대신 위험한 상황만 제한하는 방식이다.
지난 2월부터는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운전능력 진단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연령 기준만 따지기보다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측정해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서철석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