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04년 이후 22년간 일괄 지급해온 저상버스 보조금을 올해부터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 등을 반영한 차등 방식으로 전환한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입지가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서울 송파버스공영차고지 내 전기버스 충전소에 전기버스들이 줄지어 충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6일 국토부는 차량 한 대당 8700만 원을 일괄 지급하던 저상버스 보조금을 최대 9000만 원 상한으로 개편하고, 항목별 가중치를 적용해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저상버스는 차체 바닥을 낮추고 출입구에 경사판을 설치해 휠체어 이용자·노약자·임산부 등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버스다. 2023년부터 신규 도입 차량에 한해 친환경 저상버스가 의무화됐다.
평가 기준은 배터리 효율과 화재 안전성을 반영하는 '성능 및 배터리안전계수', 교통약자 탑승 설비 충실도를 따지는 '이동편의시설계수', 차량의 물리적 규격을 반영하는 '제원계수' 등 세 항목이다. 저상버스 해당 여부만 확인하던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핵심은 배터리 에너지밀도 항목의 신설이다. 중국산 전기버스 대다수는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는데, 에너지밀도가 낮아 새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반면 국산 전기버스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를 주로 사용해 보조금 산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다. 업계에서는 특히 BYD가 당장 배터리 에너지밀도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편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보조금 차등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기후부가 배터리 에너지밀도 기준을 강화해온 결과,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급된 기후부 보조금은 2022년 536억 원에서 지난해 2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23년 54%에서 지난해 34%로 내려앉았다. 국토부까지 보조금 문턱을 높이면서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저상버스 보조금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23%에 달했다. 현재 중국산 전기버스는 보조금 혜택을 감안하면 국산 대비 수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 수준의 가격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조금이 줄어들면 이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수밖에 없다.
보조금 차등화가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과제라는 시각도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기술 차등이 크지 않아 현지 시장에서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 자체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자국산 배터리 미탑재 차량에 보조금을 아예 차단하는 사례도 있어, 국내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사한 보조금인데도 부처별로 지급 기준이 다른 데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저상버스 도입 취지에 부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량에 혜택을 주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