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같은 장소에서 옹벽이 무너져 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구조적 문제 개선 없이 방치된다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6일 집중 호우로 경기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되었다. ⓒ연합뉴스지난 7월 16일, 경기도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 옆 10m 높이의 옹벽이 무너졌다. 쏟아진 폭우 속에서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쳐 40대 남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 현장은 통제됐고, 인근 도로는 심각한 교통 혼잡을 겪었다. 사고 지점은 평소 출퇴근 차량 통행이 잦은 곳으로, 시민들의 불안감도 크다.
사고 직후 현장을 지나던 인근 직장인 정모 씨는 “사고가 난 도로 쪽으로 평소에 출퇴근하는데, 이번엔 정말 큰일을 당할 뻔했다”며 “회사 사람들도 평소 비 오는 날엔 그 길을 지날 때 불안하다고 자주 말해왔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가 충격적인 것은 6년 전 2018년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집중호우로 옹벽 일부가 붕괴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수일간 보수와 점검이 이뤄졌지만, 구조 방식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에 무너진 옹벽은 ‘보강토 옹벽’이다. 흙을 계단식으로 쌓고 그 사이에 철망이나 합성섬유를 넣어 지지력을 높인 뒤, 겉면을 콘크리트 블록 등으로 마감하는 방식이다. 시공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어 전국적으로 널리 쓰인다.
쉽게말해 케이크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흙으로 쌓은 빵 사이사이에 철망이라는 크림을 넣어 고정시키고, 마지막으로 겉 면에 콘크리트 블록이나 석재를 둘러 싸 마감해 흙이 나오지 않게 막아준다.
하지만 이 구조물은 배수 기능이 막히면 내부 수압이 급격히 상승해 붕괴 위험이 커지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이번 사고도 집중호우로 배수 기능이 마비되면서 내부 수압이 높아져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직후 오산시와 경기도는 관내 보강토 옹벽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고가도로 하부와 급경사지 등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점검과 보수 조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응급 처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에는 보강토 옹벽은 고속도로 같은 교통 인프라에 많이 사용되었다. 전국적으로 수백 곳 이상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상당수가 노후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와 도시화에 따른 지반 변화까지 더해져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시공 당시 기준에 따른 점검과 관리에만 의존하고 있어 중장기적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창식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보강토 옹벽은 구조 특성상 배수와 지반 지지력이 매우 중요하다. 비가 집중될 경우 배수공이 막히거나 필터층이 내려앉은 상태에서 내부 수압이 급격히 증가하면 토압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설계나 시공 당시부터 배수 대책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지자체가 보강재와 배수시설 등 옹벽 구조물과 지반에 대한 사전 점검과 유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지만, 전국 곳곳에 남아 있는 구조적 위험은 여전하다. 다음 폭우가 오면 오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도로 위 구조물은 시민 일상과 생명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너진 옹벽이 아니라 무너진 시스템을 고쳐야 할 때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