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방지 제도화' 왜 추진안하나 의문>
전국화물연합회가 회장 보궐선거를 치룬 뒤에도 금권선거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합회는 최근 회장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 잡음에 휩싸여 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성종락 전 회장이 회장선거와 관련, 일부 협회 이사장들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불거져 경찰수사를 받았으며, 이런 사실은 공중파 TV 방송 및 각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화물업계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회장 선거 때 수억 원의 돈이 오간 정황을 포착했으나 사업자단체의 선거는 관련법이 없어 기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회장 선거 때마다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돈이 돌아도 많은 사람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권을 갖고 있는 일부 협회 이사장은 오히려 후보자들에게 경매를 붙이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 부정선거를 부추기기도 한다.
◇김회장 역시 돈 써서 당선? = 지난달 7일 치러진 회장 보궐선거 역시 예외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화물운송업자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화물업계에서는 선거가 끝난 후 누가 얼마를 썼으며 누가 누구에게 얼마의 액수를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당선된 김옥상 회장(경남협회 이사장) 역시 이번 선거에 한 표에 수천만 원을 뿌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과거 성 회장을 찍은 일부 이사장들은 성 회장보다 더 많은 돈을, 성 회장 반대파들도 “공짜로 찍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수천만 원씩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김옥상 회장이 돈을 쓰고 당선됐을 것이라는 배경에는 금품선거 척결을 캐치프레이즈로 들고 나온 민경남 서울 이사장의 탈락이 있다. 돈을 쓰지 않겠다고 공약한 사람이 떨어졌으니 돈을 쓴 사람이 당선됐을 것이라는 논리다.
민 이사장은 금권선거를 없애기 위해 회장에 출마했다고 밝힌 만큼 돈을 썼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실제로 민 이사장은 "처음부터 금권선거를 척결하기 위한 명분을 걸고 회장 출마를 선언했는데도 돈을 요구하는 협회 이사장들이 있어 당혹스러웠다"며 "돈을 쓰지 않으면 당선되기가 어렵겠구나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돈 한 푼 안 받고 나를 찍어준 이사장 세 분에게 정말 감사하고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3명이 입후보한 회장 보궐선거에서는 16명의 시·도 협회 이사장이 참석해 1차 투표에서 김옥상 경남 이사장 6표, 성종락 전 회장 6표, 민경남 서울 이사장 4표를 획득,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2차 투표에 들어가 2차 투표에서는 김옥상 후보가 10표를 획득, 6표를 얻은 성 전 회장을 누르고 새 회장에 당선됐다.
◇배달사고·남 핑계대고도 '슬쩍' = 성종락 전 회장 역시 지난해 선거보다는 못하지만 상당한 액수를 뿌렸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성 회장은 지난해 5월 금품선거와 관련, 선거무효소송과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당했으며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것으로 판단하고 회장직을 사전에 사퇴한 뒤 회장직을 되찾기 위해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성 회장은 보궐선거를 빨리 치루자고 요구하는 등 지난해 뿌린 돈의 힘을 믿고 있었는듯 하나 예상외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에 성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찍은 사람들 중 일부가 이번에는 외면한 것이다. 일부 이사장은 "그 때 일은 이미 지나갔으며 시효가 만료됐다"며 성 회장에게 또 다시 거액을 요구했으며 성 회장은 별도로 추가자금을 돌렸으나 이에 흡족하지 못한 일부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특히 지난해와 올해 초 두 번이나 회장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 이사장의 경우 지난해 선거때 성 회장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몫까지 챙긴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번엔 성 회장을 안 찍은 것으로 알려져 선거가 끝난 후 화가 난 성 회장이 이 돈을 회수했다는 후문이다.
또 모 이사장에게는 측근에게 거액을 전달했는데 이 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배달사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에 걸쳐 많은 돈을 쓰고 목적을 못 이룬 성 회장은 돈을 받은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측근에 밝혔는데 실제로 양심선언을 할지는 미지수다.
◇구경꾼들도 한 몫 챙겼다? = 화물연합회장 선거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선거권자인 협회 이사장들뿐만 아니라 협회의 유력 조합원들에게까지 돈이 전달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업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이번 선거만 하더라도 서울협회의 모 씨에게 민 이사장의 출마를 만류해달라며 거액이 전달됐으며 지방의 모 씨, 또 다른 모 씨 등에게도 상당한 금액이 돌아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일부 유력인사들은 먼저 후보자들을 찾아가 선거운동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말들이 사실이라면 구경꾼들도 선거 때마다 한 몫씩 챙긴 것이다.
이처럼 금품수수 논란이 끊이지 않은 회장 선거지만 연합회는 왜 그런지 금품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정관이나 선거관리규정에 금품수수 금지 조항만 만들어놓으면 될 정도로 쉬운 일이다. 금품선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할 일이지만 이사장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많은 이사장들이 '염불'보다는 '잿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다른 육운관련단체가 임원선거 시 금품수수가 있을 경우 당선 취소까지 하도록 돼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전국자동차대여연합회의 경우 회장선거와 관련돼 금품을 요구하거나 주는 사람은 피 선거권은 물론 선거권도 6년간 박탈하게끔 돼있다.
한편 일선 사업자들은 소수의 협회 이사장들이 회장을 선출함으로써 부정부패 선거를 초래하고 있다며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해 대의원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총회 구성원인 이사장들의 결의가 없는 한 어렵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제조합 '독립법인' 전환 시급 = 회장 선거가 이렇듯 얼룩지게 된 이유는 한 해 예산이 3천억 원에 달하는 공제조합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공제조합엔 이사장이 따로 있지만 회장이 실질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다. 수억 원을 뿌려서라도 회장이 되려는 이유다.
회장의 막강한 권한은 회장선거권을 갖고 있는 각 시·도 협회 이사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이사장의 횡령 및 인사권 남용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협회가 많다.
이 때문에 '공제조합의 독립법인 설립'이나 '건교부보다는 오히려 금융감독원 감독 하에 두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그리고 이 같은 주장은 화물연합회장 선거와 관련된 잡음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