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슈]자율주행 트럭 상용화...79만 화물기사 일자리 위기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6-08-25 17:37:49

기사수정
  • · 팀스터즈, "고용영향평가 회피" 캘리포니아 DMV 상대 행정소송
  • · 라이드플럭스·한진·CJ대한통운, 석 달 새 세 건 허가
  • · 국내 화물운송 종사자 79만 명···협의체 발족 9개월째 감감무소식

자율주행 화물트럭 상용화가 빨라지면서 운전기사 일자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미국은 노동계가 법원에서 허가 절차를 막아섰다. 국내서 석 달 사이 세 건의 유상운송이 허가되는 동안 화물운송 종사자 79만 명을 향한 고용 논의는 없었다.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 트럭 내부 모니터링 화면(왼쪽)과 야간 운행 중인 차량 전방 시야(오른쪽). (사진=국토부)  

미국 최대 운수노조인 팀스터즈(Teamsters)는 지난 5일 자율주행 대형 트럭 허가를 내준 캘리포니아주 차량등록국(DMV)을 법원에 세웠다. 캘리포니아에서만 40만 명의 운전기사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에서는 같은 시각 자율주행 화물트럭이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팀스터즈가 문제 삼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절차다. 캘리포니아 DMV는 지난 4월 28일 4.5톤 이상 대형 차량의 완전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팀스터즈는 "DMV가 연간 경제적 영향이 5,000만 달러 미만인 경미한 규칙 개정에만 적용되는 간소화 절차를 편법으로 활용해 필수적인 경제성 영향 평가를 회피했다"며 "무책임하고 불법적인 규제 제정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MV는 이 규정으로 단 한 개의 일자리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맞섰다. 팀스터즈는 캘리포니아에서만 정규직·자영업 운전기사 40만 명 이상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뉴섬 주지사는 대형 자율주행 차량에 인간 운전자 탑승을 의무화하려는 노동계 주도 법안에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며 업계 편을 들어왔다. 노동계는 내년 차기 주지사 선거에서 유력 후보인 재비어 베세라가 친노동계 입장을 표명한 만큼, 소송을 통해 새 주지사 취임 시점까지 허가 절차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2030년까지 180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로 성장할 미국 자율주행 트럭 시장에서 캘리포니아는 상징적인 거점이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화물자동차. (교통일보 자료사진)

자율주행 화물트럭은 태평양 건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4월 자율주행 전문기업 라이드플럭스가 서울 동남권 물류단지~충북 진천 메가허브터미널 112㎞ 구간에서 국내 첫 유상운송 허가를 받았다. 


5월에는 한진이 군산~대전 118㎞ 구간 허가를 취득해 실제 택배 화물을 싣고 운임을 받는 첫 상업 운송에 나섰다. 오는 10월에는 CJ대한통운이 신호교차로와 보행자가 뒤섞인 대구 도심 구간에 자율주행 화물트럭을 투입한다. 4월 고속도로, 5월 고속도로, 10월에는 도심이다.


이 과정에서 화물운송 종사자 79만 명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 운수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화물운송업 종사자는 79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전체 운수업 종사자(153만 6,000명)의 절반을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플랫폼 기반 특수고용 형태로, 노동법 보호 바깥에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화물운송 종사자 평균 연령은 개별화물 54.72세, 용달 52.97세, 일반 51.26세로 모두 50대를 넘어섰다.


자율주행 트럭이 가장 먼저 파고드는 곳은 미들마일(물류거점 간 간선 운송 구간)이다. 한진과 CJ대한통운이 허가를 받은 노선이 정확히 이 구간으로, 국내 대형 트럭 운전자들이 주력으로 삼는 바로 그 일자리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자율주행 규제 완화에 대한 고용영향평가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석 달 새 세 건의 유상운송이 허가되는 동안 고용영향평가는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연내 이해관계자 합동 사회적 협의체를 발족해 기존 운수사업자와 상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9개월이 지난 지금도 협의체는 출범하지 않았다.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지난 4월 자율주행 전문기업 라이드플럭스에 국내 첫 유상 화물운송 허가를 내주며 "여객뿐 아니라 화물운송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79만 명을 향한 말은 없었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