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송도 화물차 주차장, 2년 반 ‘개점휴업’…행정·법원·정치권까지 번진 충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6-18 18:33:55

기사수정
  • IPA–인천경제청 법정 공방 속 사용 불가 상태 지속
  • 주민·화물차 기사 이해 충돌에 정치권 가세, 해법은 제자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조성된 화물차 주차장이 완공된 지 2년 반이 넘도록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면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행정·법적 충돌에 더해 주민과 화물차 기사, 정치권까지 갈등의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암물류2단지에 조성된 화물차 주차장. (사진=인천항만공사)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구을)은 18일 연수구 송도5동 SK뷰 사거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는 화물차 주차장 건립을 취소하고 대체 부지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같은 당 장성숙 인천시의원과 기형서 연수구의원, 지역 주민 대표들이 함께했다. 


정 의원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방선거 당시 화물차 주차장 백지화를 공약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항만배후단지 이용계획은 해양수산부 권한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 측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들은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대체 부지를 확보해 이전을 추진해야 하는데, 재판 뒤에 숨어 행정이 멈춰 서 있다”며 “인천항만공사 역시 공기업인 만큼 소송을 취하하고 이전 논의에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차장 부지가 주거지와 맞닿아 있는 만큼, 교통 혼잡과 안전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날 화물차 기사들의 반발도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는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혈세 낭비와 화물노동자 생존권 박탈, 시민 안전 무시를 일삼는 정 의원은 출당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물연대는 “정 의원은 시민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현실을 함께 놓고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한 사회와 국민 주권을 강조해 온 정부 기조와도 배치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송도 화물차 주차장은 2022년 12월 연수구 송도동 아암물류2단지 내 5만㎡ 부지에 402면 규모로 조성됐지만, 주민 반대와 행정 절차 논란 속에 2년 반 가까이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시설 조성에만 약 50억원이 투입됐지만, 실제로는 화물차 한 대도 들어서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다.


주무 기관 간 입장 차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물류단지 기능을 유지하려면 주차장 운영이 시급하다”며 조속한 사용 개시를 요구하고 있다. IPA 측은 “인천지역에는 화물차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아암물류2단지 일대 도로에 불법 주차가 상시화되고 있다”며 “이미 조성된 시설을 더 이상 놀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주민 여론과 절차적 완결성이 먼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화물차 특성상 야간 주차까지 허용하려면 실시계획 인가를 거쳐 ‘공영차고지’로 용도를 변경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누락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또 해당 부지가 항만법상 ‘지원시설 용지’로, 특정 집단만 사용하는 화물차 주차장이 들어서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이견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IPA는 무인 주차 관제시설 등 가설건축물 설치를 추진했지만 인천경제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IPA의 손을 들어주며 “인천경제청은 가설건축물 축조 요건이 충족됐는지만 확인해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근 주민 민원 등 다른 사유로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IPA는 이 판결을 근거로 “이제는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은 “대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가설건축물 신고 수리만 할 뿐, 곧바로 주차장 사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갈등의 온도는 더 높다. 화물차 기사들은 “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도 행정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인천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지향한다면서, 정작 화물차를 세울 공간이 없어 기사들이 도로를 전전하는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반면 주민들은 2018년 계획 단계부터 “대형 화물차 유입은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소음·매연 문제를 키울 수 있다”며 반대해 온 만큼, 사용 강행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송도 화물차 주차장 문제는 단순한 시설 활용 여부를 넘어, 물류 인프라 확충과 주거 환경 보호, 행정 절차의 정당성과 사법 판단의 존중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기관 간 책임 공방과 정치권 공세,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50억원을 들여 지어 놓고도 2년 넘게 비워둔 시설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풀 것인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1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부산 향하던 화물열차 탈선…경전선 13시간 만에 복구 경전선 화물열차 1량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열차 20대가 한때 운행을 멈췄다가, 사고 발생 13시간여 만에 복구가 완료됐다.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 31분경 경전선 낙동강역~한림정역 구간(하선 방향)에서 화물열차 맨 뒷 차량이 분리·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열차는 이날 오후 2시 24분 오봉역을 출발해 부...
  2. 부산시의회, 동서고가로 협약 동의…사상~해운대 고속도로 탄력 부산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제2대심도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그간 사업 추진의 현안 과제로 꼽혀온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협약안이 부산시의회의 동의를 받으면서 고속도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부산시는 지난 11일 시의회에서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동서고가로 처리방안 관련...
  3. [속보]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 결렬…16일 첫차부터 총파업 서울 시내버스 운행이 16일 새벽 멈춘다. 노사가 8시간 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5일 오후 2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오후 10시께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노조는 16일 오전 4시 총파업에 들어간다. 파업이 시작되..
  4. "연봉 8500만 원" vs 실제 원천징수 5554만 원…버스 기사 임금 논쟁 실체는 서울 시내버스 파업을 앞두고 버스 기사 연봉을 둘러싼 숫자 공방이 뜨겁다. 사측이 "최고 8500만 원"을 내세우는 반면, 노조는 실제 원천징수영수증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15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내세웠다. 조합은 앞서 부산 등 다른 광역시 수준인 10.32% 인상안을 먼저 제안했.
  5. [이슈]파업은 막았지만 '통상임금'은 미해결…새벽 극적 타결, 갈등 씨앗 남겨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6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하며 파업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의 핵심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채 불씨로 남았다.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6일 새벽 1시 50분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을 받아들여 2026년도 임금협약에 최종 합의했다. 전날 .
  6. 서울 시내버스 파업 전면 철회…16일 첫차부터 정상운행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며 파업이 전면 철회됐다.서울시는 16일 시내버스 노사간 임금협상 합의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전 노선이 평상시와 같이 정상 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앞서 노사 양측은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 돌입, 이튿날 새벽 1시 50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
  7. [단독]"수학여행 안전사고 방지에 최선"…서울전세버스 이사장이 꼽은 지원 사각지대와 남은 숙제 시내버스 파업이 나면 시민 발이 되고, 아이들 통학을 매일 책임진다. 그러나 속초 사고를 막을 AI 안전장치는 비용 문제로 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내 공영차고지는 단 한 곳도 없다. 25년 만에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지만, 전세버스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교통일보는 지난 16일 오성문 서울특별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
  8. 2차 교섭 D-1…"파업 반대" 현수막 단 서울 버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오는 15일 오후 2시 2차 교섭을 진행한다.  추석 연휴(24~27일)를 열흘 앞둔 16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법정 조정기간이 끝나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해 서울 시내버스 전 노...
  9. [이슈]대법 판결 해석 놓고 노사 정면충돌…서울시내버스 파업, 오늘 밤 9시가 데드라인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놓고 '거짓말'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했다. 조정이 결렬되면 16일 새벽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회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은 이날 밤 9시를 사실상의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유재호 ...
  10. 10월부터 KTX 두 달 전 예매 가능…외국인도 항공권 살 때 기차표 함께 끊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항공권을 살 때 국내 기차표를 함께 살 수 없다는 불편이 제기되자, 정부가 철도 승차권 예매 가능 시점을 출발 2개월 전으로 앞당긴다. 외국인 전용 다국어 서비스와 간편결제 수단도 함께 확대된다.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와 한국철도공사(사장 김태승)는 10월 1일부터 KTX 등 철도 승차권 예매기간을 출발 1개월 전에서 2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