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을 계기로 준공영제의 적자 보전 구조와 교섭 책임, 시장 지배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 당시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총파업이 끝났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재를 거쳐 노사가 임금 협상에 합의하면서 멈췄던 7,400여 대의 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발 묶였던 며칠간을 잊으려 하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 주변에 있던 이들의 표정은 가볍지 않았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교섭위원은 "합의서에 서명하고도 홀가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금을 얼마 올리느냐로 끝나는 협상이었을 뿐, 왜 파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총파업은 서울 버스 준공영제가 20년 넘게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04년 도입된 준공영제는 서울시가 노선 조정권을 갖는 대신 버스업체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표준운송원가와 요금 수입의 차이를 시가 메우는 이 구조는 운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지만, 그 과정에서 교섭 책임의 귀속처를 지워버렸다.
핵심 문제는 단순하다. 임금 인상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서울시이지만, 서울시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다. 사측은 재원 결정 권한 없이 교섭 테이블에 앉는다. 고민철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조가 요구안을 내밀면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실질적으로 없다. 결국 서울시에 물어봐야 하는데, 서울시는 '노사 간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그는 "노사 교섭이라는 형식과 재정 결정이라는 실질이 어긋난 것, 그게 이 제도의 근본 문제"라고 했다.
장영욱 서울시버스노조 노사대책국 국장은 이 구조에서 파업이 사실상 유일한 압박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파업을 선택한 게 아니다. 파업밖에 방법이 없는 구조가 우리를 여기까지 몰아온 것이다." 그는 "결정권은 시에 있는데 교섭은 노사만 하는 모양새에서 협상이 막히면 파업으로 가는 수순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신의 교섭 불참에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영제 계약 당사자는 버스 운영업체이며, 고용 관계와 임금 결정 책임은 업체 측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적자 보전이 시 재정에서 나오는 한, 임금 협상의 실질적 비용 부담자가 서울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재정 부담은 수치로 직접 드러난다. 서울시·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에 따르면, 시내버스 운영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서울시 재정지원금은 제도 도입 첫해인 2004년 약 1374억 원에서 2022년에는 약 8500억 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연도별 운영 적자를 보면 2022년 8465억 원, 2023년 7303억 원, 2024년 4976억 원에 이어 2025년 잠정치 기준 5127억 원이 기록됐다(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 2026년에는 5864억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시 추산도 나온다.
비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흐름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이유가 보인다. 서울시·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에 따르면 1일 1대당 표준운송원가는 2004년 약 44만 원 수준에서 2023년에는 약 86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2023년 기준 원가 구성을 보면 운전직 중심의 인건비가 전체의 65.1%를 차지하고, 연료비 15.0%, 정비·관리비 등 기타 비용이 14% 안팎이다. 인건비와 연료비를 합산하면 전체 원가의 80%를 넘는다.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반면 요금은 비용처럼 매년 올라가지 않았다.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일반)은 2004년 800원으로 시작해 2007년 900원, 2012년 1050원, 2015년 1200원으로 단계적으로 조정됐고, 이후 8년간 동결됐다가 2023년 8월 1500원으로 올랐다(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
비용은 매년 누적되는데 요금은 간헐적으로만 오르는 구조, 그 간극을 재정이 메우는 흐름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모씨는 "요금이 올라도 운송업체가 더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인건비·연료비·유지관리비로 대부분 흡수된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는 사모펀드에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어냈다. 적자를 서울시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만큼, 운영업체 입장에서 수익의 예측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5개 사모펀드가 서울·경기·인천·대전·제주 등 전국 30개 버스업체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 이 중 차파트너스 한 곳만 해도 서울 시내버스 6개 회사를 포함해 20개사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이 어디로 흐르느냐다. 사모펀드는 투자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설계된 자금이다. 재정 보전을 통해 유지되는 준공영제 수익 구조가 운용사 배당으로 연결될 경우, 시민이 낸 세금이 금융 투자자의 수익원이 되는 셈이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모씨는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회사도 같은 방식으로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공공 재원이 어디로 향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이모 교수는 "사모펀드의 버스업계 진출이 위법은 아니지만, 공공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수익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준공영제가 공공성을 표방하면서도 수익 구조는 민간에 불투명하게 맡겨진 이중성이 있다"며 "재정 지원 기준과 수익 공개 요건을 명문화하는 것이 최소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편 논의가 반복되면서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노선권 문제가 걸려 있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노선권은 기존 사업자에게 귀속된 구조다. 이 상황에서 경쟁 입찰이나 노선 재편을 시도하면 기존 업체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 김모씨는 "노선권이 사실상 사유재산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외부 경쟁자 진입이 어렵고, 이게 기존 업체 지속 운영을 보장하는 방어막이 됐다"며 "개편 논의가 나올 때마다 업계 저항이 반복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완전 공영제 전환은 비용 장벽이 크다. 서울시는 노선권·차량·차고지 인수 비용만 최소 2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논의에서는 완전 공영제보다 현행 제도를 부분 보완하거나 이원화 모델을 도입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수익 노선은 민간이 경쟁을 통해 담당하고, 적자가 불가피한 노선만 공공이 맡는 이원화 방식이다.
하위 적자 노선 10% 안팎을 서울시가 매입해 최저보조금 입찰 방식으로 운영사를 선정하거나, 재정 지원에 상한선을 두고 노·사·서울시가 비용 책임을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 선상에 올라 있다. 자율주행버스 확대 투입도 함께 언급된다.
서울시버스노조 교섭위원 방모씨는 제도 개편 논의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솔직히 우리도 지쳤다. 파업 한 번 하면 조합원들 생계도 끊기고, 시민한테 욕도 먹는다"며 "구조가 바뀌면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있지만, 이게 반복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어떤 논의를 하든 노동자 고용 조건이 빠진 채로 제도만 바꾸는 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준공영제 재정 부담이 쌓이면 결국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금을 올리면 시민이 직접 부담하고, 재정을 더 투입하면 세금으로 간접 부담한다.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논의를 뒤로 미룰수록 그 충격은 커진다. 2023년 1500원으로 오른 이후 추가 조정 논의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적자 보전 재원이 해마다 늘어나는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요금이냐 예산이냐의 선택은 결국 피할 수 없다.
서울 시내에서 10년 넘게 버스를 몰고 있는 운전기사 최모씨(61)는 담담하게 말했다. "파업이 끝나면 언론도 사라지고, 시민들도 잊는다. 그러다 몇 년 지나면 또 파업이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건 파업이 아니다. 파업을 안 해도 되는 구조다. 그 구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파업이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적자 보전 방식과 교섭 책임, 그리고 수익 배분 구조를 함께 손질하지 않는 한,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의 반복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교섭 책임의 명확화와 재정 투입 기준의 투명성 확보 없이 봉합은 가능해도 해결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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