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민의 발’인 마을버스 운행 품질 개선을 위해 팔을 걷었다. 긴 배차간격과 불규칙한 첫차‧막차 시간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시는 운행 횟수와 배차시간을 현실화하고, 보조금 지원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며, 운수사 회계의 투명성까지 강화하는 종합 대책을 추진한다.
운수종사자 및 일 평균 인가횟수 현황(서울시 제공)
마을버스는 도심과 주거지를 연결하며 골목골목을 누비는 초밀착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요금이 9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고, 서울시의 재정지원금도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행 횟수는 오히려 줄어 시민 불편이 심화됐다.
올해 투입된 재정지원금은 2019년 192억 원 대비 약 115% 증가한 412억 원에 달한다. 현재 서울에는 140개 마을버스 업체가 있으며, 252개 노선에 약 1,630대의 버스와 3천여 명의 운전기사가 운행을 맡고 있다.
그러나 마을버스 이용객 수는 2019년 대비 72%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시내버스는 93% 이상 수요를 회복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운행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결과, 다양한 문제점을 확인했다. 우선 운수사들이 출퇴근 시간대 증차 계획과 달리 실제 운행 대수를 줄이는 사례가 빈번했다.
예를 들어, A운수는 출퇴근 시간대 10대 운행을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6대만 운행해 출근 시간대 배차간격이 22분, 퇴근 시간대에는 26분 이상으로 늘어났다. B운수는 첫차가 인가 시간보다 24분 늦게 출발하거나, 막차가 예정된 자정이 아닌 밤 11시 28분에 출발해 승객 불편을 초래했다.
또한 일부 업체는 실제 운행하지 않은 차량까지 포함해 보조금을 신청하거나, 수요가 낮은 주말에만 운행을 늘려 법정 횟수를 채우는 등 편법 운영도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승객들이 가장 필요한 평일 출퇴근 시간에는 서비스가 부족해 시민 불만이 쌓여갔다. 회계 서류 부실, 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 등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문제도 적지 않았다.
시 재정지원금 현황 등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운행계통 확립 ▲보조금 지원방식 개선 ▲회계 투명성 확보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첫째, 노선별 등록 대수·운행 시간·이용수요 등 실질적 여건을 고려해 운행 횟수와 배차시간을 조정한다.
수요가 많은 평일에는 증차하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토요일·공휴일에는 감차해 승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시는 이미 자치구 및 운수사와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까지 시범운행을 거쳐 적정 운행계통을 확정할 계획이다.
둘째, 보조금 지원 체계도 합리적으로 바꾼다. 지금까지는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산정해 실제 운행하지 않는 차량에도 지원금이 지급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운행 대수’를 기준으로 삼고, 운행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차등 인센티브를 도입한다. 현재 마을버스 평균 운행률은 약 85%이며, 이보다 낮은 업체만 22곳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셋째, 회계 관리의 투명성도 강화된다. 운수사별로 회계법인을 지정해 표준회계처리 지침 준수 여부를 검증하고, 감사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을 경우 특별한 소명이 없는 한 감사 미이행으로 간주해 제재를 가한다.
또한 회계 전문가와 함께 연 1회 합동점검을 실시해 보조금 지출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용도 외 사용이 적발되면 환수 조치도 한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초 마을버스 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켜 교통 전문가, 시의원, 시민단체, 운수업계 등 다양한 주체와 함께 대책을 논의해왔다.
이후 마을버스조합과 네 차례의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며, 운송서비스 개선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부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명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마을버스는 시민들의 중요한 생활 교통수단으로, 지속적인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후퇴하는 상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운송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마을버스 업계의 적극적인 협력과 동참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