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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덕도 아닌 김해공항이다…포퓰리즘 산물 가덕도신공항 폐기해야
  • 박정원
  • 등록 2025-06-07 13: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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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 가덕도 부지 조성 불참 선언…공사 현실성 의문 증폭
  • 김해공항 확장안은 이미 검토 완료된 대안…V자 활주로로 극복 가능
  • 인근 산지 지형 고려한 합리적 설계로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확보 가능

부지 조성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가덕도신공항 추진이 벽에 부딪혔다. 건설회사 특성상 더 큰 비용과 기간을 요구하기 위한 프로세스일 수도 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공사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덕도신공함 조감도

제시된 가덕도신공항 공법은 현재 공사 중인 울릉공항 방식과 똑같은 케이슨 공법이다. 소형 항공기 운항을 위해 너비 30m 길이 1,200미터인 활주로를 공사하는 울릉공항과 가덕도 공항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최소 3배 이상의 길이와 2배 이상의 너비를 가진 활주로를 1개도 아니라 2개를 바다 위에 건설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것 같다.


현대 측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 해안에 방파제부터 공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파도가 그만큼 거칠다는 뜻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공사비가 엄청나게 증가할 게 뻔하다. 최소 20조 이상이 들어간다는 추정이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28조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정도 있다.


인천공항 공사의 경우, 하나의 섬에 걸치는 방식이 아니었다. 영종도와 용유도 등 주변 섬을 근거로 삼아 방조제를 구축한 후 전체적으로 매립을 해 아예 육지를 만들었다. 이에 비해 가덕도는 일부만 섬에 걸치고 활주로 부분은 바다에 건설하는 방식이다. 쉬울 리가 없다.


인천공항 공사 전 위성 사진

인천공항 공사 후 위성 사진

되돌아보면, 가덕도신공항은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영남권 신공항 추진은 본래 김해공항 확장안이 1위로 선정되었는데, 이를 뒤집었다. 지방선거에 맞춰 선심성 공약을 내세운 안이 대세를 이룬 경우다.


부산시 재원으로 만드는 공항이었다면 이런 제안이 나왔을 리가 없으며, 대구 경북 등 인근 지자체들과의 합의도 깨버리는, 나쁜 선례의 산물이 바로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다.


성공할 수 있고, 유용하다면 훗날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지형적 특성을 가졌는데 정치적 이득만 생각하면서 헛된 꿈을 심는 정치가 좋은 정치일 리는 없다. 그렇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상식이다.


원래대로 돌아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보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V자 형태의 활주로를 제시하고 있다. 왜 이런 제안이 나왔느냐면 북쪽에 있는 돗대산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개 북풍이 부는 김해공항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입해 착륙하고, 똑같이 북쪽을 향해 이륙한다. 맞바람을 받는 방향으로 이착륙한다는 뜻이다. 


김해공항 인근 지역 위성 사진

김해공한 인근 위성 사진에 ADPi 제안을 적용한 경우

남풍 시 착륙 방법 변경 (ADPi 제안이 적용되었을 때)

활주로 북단에서 약 5Km 위치에 있는 높이 381m의 돗대산은 장애물이다. 북쪽으로 이륙하더라도 고도를 급격히 높여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그래서 김해공항은 A380이나 747-8 등 무게 때문에 고도를 급격히 올릴 수 없는 초대형 여객기가 이용할 수 없다. 


남풍이 불 때는 더 문제다.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에는 유난히 해풍이 강하게 부는데 이런 경우에는 돗대산 쪽에서 활주로에 접근해야 한다. 바다 쪽에서 접근한 항공기가 북쪽에서 선회해 활주로의 북쪽으로 접근하는 '써클링 어프로치'를 시행해야 한다.


2002년 4월 15일 발생한 중국국제항공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유다. 해당 사고의 경우 조종사의 미숙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돗대산이 장애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ADPi는 V자형 활주로를 제안하면서 신규 활주로를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변 산과의 거리를 넓혔다.


위성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활주로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틀면 좀 더 긴 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돗대산 서쪽으로 분성산(326m)과 임호산(179m)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고 거리도 멀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평지 방향으로 활주로 방향을 설계하면 더 먼 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V자 형이 최적의 안은 아니다. 평상시 착륙의 경우 방향이 엇갈리기 때문에 착륙 빈도를 낮춰야 한다. 총 4개의 활주로를 100% 활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해공항 주변 지도를 살펴보면, 김해공항의 남쪽은 이미 개발이 진행돼 남쪽으로의 확장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서쪽 방면은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일단 신규 활주로를 현재 활주로의 서쪽에 먼저 만들고, 신규 활주로를 이용할 수 있을 때 기존 활주로를 교정하면 총 4개의 활주로를 가진 대형 국제공항으로 변신할 수 있다. 초대형 여객기도 이륙할 수 있는 공항이 될 수 있다.


대안 1

대안 2

첫 번째 대안으로는 신규 활주로를 임호산과 분성산 사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V자형이 되면 효율이 떨어지므로 최대한 평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후 기존 활주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변경해 분성산과 돗대산 사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교정하면 지금보다 훨씬 먼 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때 남동쪽에 있는 승학산을 비켜 가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두 번째 대안으로는 기존 활주로를 남쪽으로 이동시켜 돗대산과의 거리를 확보하고 서쪽에 신규 활주로를 건설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이 경우는 터미널을 양쪽 활주로의 중간에 건설할 수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김해공항을 제대로 만들고,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는 폐기해야 한다. 주변 지자체와의 약속도 지킬 수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이룰 수 있고, 재원도 훨씬 덜 들어갈 뿐만 아니라, 접근성에서 탁월하다.


포퓰리즘에 기댄 무리한 계획보다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국가적 손실을 막고 영남권 항공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길이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나 입지 조건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인식과 합리적 선택이다. 더 많은 세금과 시간을 들여 무리한 해상공항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검증된 대안인 김해공항 확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답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정치가 아닌 공학과 경제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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