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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해 교통사고' 기준 서서히 윤곽
  • 김봉환 기자
  • 등록 2009-05-20 22: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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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식물인간·영구적인 불구 등 3건 기소
'중상해'로 인정되는 교통사고 피해의 실제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혼선이 빚어졌던 중상해의 기준이 서서히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헌재 결정 이후 석 달간 검찰이 교특법상 12대 과실이 아닌 교통사고의 피해자를 중상해로 인정한 경우는 3건이다.

지난 3월2일 강원 원주시 한 사거리에서 덤프트럭 운전사 김모(35)씨가 우회전을 하다가 자전거를 끌고 가던 오모(75)씨를 미처 보지 못해 오씨를 치었다.

김씨의 트럭 앞바퀴에 깔린 오씨는 결국 병원에서 왼쪽 다리를 잘라야 했다.

검찰은 이 교통사고가 음주, 뺑소니 등 12대 과실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오씨가 중상해를 입었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경찰에 지휘한 상황이다.

이어 3월17일 부산시 부산진구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옆 차선에서 달리던 김모(70) 씨의 49㏄ 오토바이를 쳐 김 씨를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박모(33)씨가 중상해 교통사고의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달 15일엔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던 관광버스가 무단횡단을 하던 안모(41)씨를 치는 사고가 났는데 안씨는 병원에서 전치 6개월의 진단과 함께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 20㎝를 절단했다.

관광버스 운전사 김모(52)씨는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었지만 안씨와 합의를 하지는 못했고 검찰은 이를 중상해 사건으로 보고 형사처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사건을 지휘했다.

이들 교통사고 3건의 가해자는 헌재의 위헌 결정이 없었더라면 재판에 넘겨지지 않을 상황이지만 이젠 피해자 측과 합의하지 못하면 기소될 처지가 됐다.

헌재의 교특법 위헌 결정으로 중상해의 판단 기준을 놓고 혼란이 생기자 대검찰청은 즉시 다소 포괄적이긴 하지만 ▲생명에 대한 위험 ▲불구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 초래 등을 일단 중상해의 일반적 기준으로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상해를 판단하는 데 `전치 00주 이상'과 같은 일률적인 잣대가 아니라 치료기간, 국가배상법의 노동력 상실률, 의학전문가의 의견을 고루 고려하겠다고 밝혔었다.

교통사고 사례가 천차만별인 만큼 개별 사건을 처리해 가면서 중상해 여부를 가려 기준을 세워 가겠다는 것.

따라서 비록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고 사례가 3건에 불과하지만 중상해 판단 기준이 어느 정도 제시된 셈이다.

다리가 절단돼 영구적인 불구가 되거나 혼수상태에 빠져 사실상 `식물인간'이 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의 부상이 수사기관에서 중상해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을지로 관광버스 사건을 수사지휘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지절단으로 불구가 된 경우로 봐 중상해로 판단했다"며 "부상 정도를 객관적으로 기술한 병원의 진단결과가 중상해 판단에 가장 중요한 자료였다"라고 말했다.

<헌재, 교특법 위헌 요지>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종전 종합보험 가입자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내용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위헌 결정 이전에는 이 법 제4조1항으로 인해 11대 중과실 사고를 제외한 모든 교통사고 가해자는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상호 합의한 것으로 간주,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11대 중과실은 ▲신호 및 지시위반 ▲중앙선침범 위반 ▲속도위반(20km/h 초과) ▲앞지르기 방법 및 금지 위반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 위반 ▲무면허 운전 위반 ▲음주운전 위반 ▲보도침범 사고 ▲개문발차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위반 등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중상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물론 합의한 경우는 예외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3월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해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이다.

이전 교특법에는 보험에 가입한 차량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히더라도 기소할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기소 가능한 예외 조항에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도 포함시켜 교통사고로 인해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기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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