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기화물차, 전기승용차의 ‘공공의 적’이 된 이유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9-07 09:18:45

기사수정
  • 충전기 사용·점거율 높아 전기승용차와 충전 전쟁…‘눈칫밥 충전’
  • 충전기 사용·점거율 높아 전기승용차와 곳곳에서 ‘충전 전쟁’…전용 충전소 확대해야

최근 전기화물차가 급증하면서 전기승용차와 곳곳에서 충전 경쟁을 겪고 있다. 전기화물차는 하루 운행 거리가 긴 데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짧아 충전기 사용·점거율이 높다.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전기승용차 차주들과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전기화물차 운전자들은 “전용 충전소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대차 1톤 전기화물차 포터 EV. (현대차 홈페이지)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화물차 누적 등록대수는 2019년 말 1100대에서 지난해 말 4만3000대로 2년 만에 40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전기차가 8만9918대에서 23만1443대로 약 3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율이다. 

 

일반 화물차 연료인 경유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따라 앞으로도 전기화물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들어서도 3월 말 기준 5만1000대로 지난해 4/4분기 대비 15% 늘었다. 

 

문제는 충전 인프라 부족 사태다. 대부분 1t 트럭인 전기화물차들은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아닌 아파트 등 거주 지역에 주차한다. 전기화물차와 전기승용차가 같은 곳에서 충전할 수밖에 없는데 전기화물차는 전기승용차보다 충전 시간이 더 소요돼 충전기 점용 등을 두고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전기화물차는 전기승용차에 비해 충전 여건이 기술적으로 더 열악하다. 전기화물차는 하루 운행 거리가 긴 데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짧아 더 자주 충전해야 한다.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현대차 포터 일레트릭과 기아의 봉고 전기차(EV)의 최대 주행거리가 211㎞ 정도다. 이는 물건을 적재하지 않았을 경우로, 화물을 실으면 주행 거리가 더 줄어든다. 

 

또 전기화물차는 영업을 목적으로 운행하기에 일반 전기승용차보다 주행거리도 많아 충전을 자주할 수밖에 없다. 급속·완속 충전만 가능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로 설치된 초급속 충전소에서도 좀처럼 빠르게 충전을 마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기냉동 탑차의 경우 주행 충전과 냉동칸 온도 유지 충전 등 2개의 충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일이 더 많다.

 

자연히 충전기 사용·점거율이 높아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전기승용차 차주들과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SNS 상에는 전기화물차를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전기화물차가 모두 차지해 충전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온다. 

 

이러니 전기화물차들은 가는 곳마다 ‘눈칫밥 충전’ 신세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급급한 나머지 충전 인프라 확충은 소홀한 탓이다. 전국 화물차의 공영차고지와 휴게소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단 17대뿐이다.

 

내년 4월부터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경유사용 소형택배화물차 신규 등록이 금지되고, 2024년부터는 자동차메이커의 경유차 생산 중단 계획에 따라 전기화물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충전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기화물차 충전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전기화물차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전기화물차 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인프라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충전 대란은 계속해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용 충전소 확대가 시급하고, 충전시설 중 특히 급속 충전시설을 확충하는 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은 화물차 공영차고지나 전용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시설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 연료공급시설 설치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및 전용주차구역의 설치를 법 개정 이전에 설치된 공영차고지와 화물자동차 휴게소에도 적용토록 하고 있어 법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강남 30분 시대”라더니…김포에 돌아온 건 반쪽 ‘서울역 직결’ 김포 정치권과 지자체는 GTX-D 서울역 직결안 통과에 환호했지만, 시민이 기대한 ‘강남 직결’은 빠진 채 확정됐다. 강남 수요와 도시 성장 전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김포시민이 기대한 건 ‘강남 30분 시대’였다. 정치인들은 수년간 이를 내세워 지역 여론을 달궜고,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일명 GTX-D 선행구간)이 강남까...
  2. 대구 개인용달 화물차 ‘생계 위기’…택배 전환·번호판 충당 해법 모색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대구지역에서 운행 중인 1톤 개인용달 화물차들이 과잉 공급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 업계는 택배 전환과 번호판 충당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며, 용달·택배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상생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지역 용달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는 개인용달 차량이 과도하...
  3. 더현대 광주, 북구-광주시 충돌…정준호 의원 “복합쇼핑몰 교통문제, 국회가 조정자 역할 나서야” 광주 북구가 ‘더현대 광주’의 건축허가를 조건부 승인했지만, 교통 인프라 개선을 두고 광주시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건축허가는 북구가 맡았지만, 교통대책 수립과 예산 편성 권한은 광주시에 있어 두 기관 간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해당 사업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터에 연면적 27만3천895㎡(지하 6층·지상...
  4. 애플페이 교통카드, 한국 대중교통 바꿀까?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로도 교통카드를 쓸 수 있는 시대다. 애플페이가 한국 대중교통에 정식 적용됐지만, 기능적 제약과 정책 연계 미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2025년 7월 22일, 애플과 티머니가 애플 월렛에 티머니 교통카드를 공식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이폰과 애플워치 사용자도 스마트기기 하나로 전국 대중교통을 이용...
  5.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끝까지 징수…우대·기후동행 돌려쓰기 집중 단속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부정승차에 법적 조치를 병행하고, 우대용·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에는 과학적 단속 시스템을 도입했다.7일 공사는 부정승차를 단순 위반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로 간주해, 소송부터 강제집행까지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지금까지 130여 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22건...
  6. 서울시, 외국인 대상 택시 바가지요금 100일간 특별단속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택시의 부당요금 요구, 승차거부, 불친절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100일간의 집중 단속에 나섰다.서울시는 여름 휴가철과 관광 성수기를 맞아 외국인 택시 민원을 해소할 특별 대책을 시행한다고 6일 밝혔다. 인천·김포공항, 명동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단속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승차거부...
  7. 신규 운면허 취득자 2년째 감소세…청년층 "기후동행카드면 충분"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2년 연속 급감하면서 전국 운전면허학원이 매월 2-3곳씩 폐업 위기에 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신규 면허 취득자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8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기후동행카드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업계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8만명이던 신규 운전...
  8. TS '오늘도 무사고' 캠페인 100일, 전국 안전문화 확산 성과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4월 30일 출범한 범정부 교통안전 캠페인 '오늘도 무사고'가 100일을 맞아 전국 14개 지역본부에서 232회 현장 캠페인을 실시하고 1만2천여 명의 국민이 참여하며 전국적인 교통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번 캠페인이 기존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교통안전 홍보에서 벗어나 ...
  9. 8.15 광복절 세종대로 18시간 전면차단…폭주차량 특별단속도 서울경찰청은 제80주년 광복절 기념행사로 인해 15일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18시간 동안 세종대로(적선로~세종로) 일대를 양방향 전면 통제하고, 동시에 폭주·난폭운전 차량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세종대로 등 교통통제는 총 3단계로 나눠 실시된다. 1단계는 지난 10일 오전 0시부터 16일 오후 ...
  10.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복지이직금 900억 미지급…서울개인택시조합, ‘폰지 사기’ 논란 서울개인택시조합의 복지이직금 제도가 회비에 의존한 순차 지급 방식으로 운영되며, 누적 미지급금이 900억 원(2025년 8월 기준)을 넘어섰다. 신규 회비로 기존 수급자의 이직금을 충당하는 구조가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지적 속에, 이사장 교체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도 개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복지이직금은 개인택시 기사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