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 외면한 정책..오히려 고사될 위기 커"
"현실을 외면한 정책 때문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오히려 고사될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저질·짝퉁 부품은 뿌리뽑지 못하면서 낮은 가격의 저질 해외부품만 대량 유입시킬 정책을 굳이 도입하는 이유가 뭔가."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가 건설교통부가 입법추진중인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 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동차부품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부품업체들을 옥죌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는 것.
건교부는 저질 부품의 제작·판매를 막고 리콜 및 보상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16가지 안전 관련 부품을 생산 또는 수입판매하는 업체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추가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매우 강력한 규정을 담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완성차 업체는 인증을 취득한 부품만을 쓸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A/S) 시장에서도 인증 취득 제품만 취급해야 한다. 건교부가 지정한 시험기관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부품을 구입·시험해 인증 기준에 미달될 경우 리콜을 시행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이에 대해 "일견 취지가 좋아보이지만 이는 대표적인 탁상공론식 행정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 하락, 유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완성차 자기인증제도 등 비슷한 인증제도와 중복돼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불필요한 비용과 인적자원의 낭비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고 밝혔다.
이미 완성차에 대해 2003년부터 자기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산업표준화법,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소음·진동 규제법, 제조물배상책임법 등에 따라 안전검사와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은 신차 개발부터 자기인증 안전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영세한 국내 부품업체들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인증기준을 겨우 만족시키는 중국, 동남아 등의 저급 부품이 정부의 공인 아래 대량 유입될 수 있다는 것.
정부와 국회는 어느 정도의 품질을 확보한 부품을 보다 싸게 소비자에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부품업체들의 영세성을 감안하지 않은 왜곡된 시각이라는 비판이다.
부품업계는 또 자기인증제가 실시된다해도 불법·짝퉁 부품의 유통이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의 의무화, 지적재산권 관리, 단속 강화 등을 통해 불법 부품의 유통을 뿌리뽑아야 하는데, 이 제도로는 제재의 실효성도 없고 근절 자체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자동차부품의 유통시장이 갖고 있는 특성을 감안할 때 리콜 및 부품 이력관리 자체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자동차 한 대당 몇 배수의 부품을 제작·유통시키고 있어 유통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부품제작업체, 정비업체, 카센터 등을 한데 묶어 통합 전산망으로 이력을 관리하지 않으면 사실상 부품에 대한 리콜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조합 한 관계자는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도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저질·짝퉁 부품의 대량 유입이란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오히려 소비자의 안전을 도외시함은 물론 기간산업인 자동차 부품산업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