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비스 주식 60% 헌납...경영지배구조도 개선
2010년 세계자동차 5위업체 진입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ㆍ기아차그룹이 고개를 숙였다. 정몽구 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19일 비자금 조성 및 계열사 편법 인수ㆍ합병(M&A)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대 국민 사과 차원에서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 주식 2천250만주(60%)를 사회에 내 놓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 부자가 헌납한 주식의 가치는 1조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날 글로비스 주식이 가격제한폭(15%)까지 추락(주당 3만5천500원)하면서 정 회장 부자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7천987억으로 줄었다. 주식 평가액이 하룻만에 1천400억원가량 빠진 셈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국민 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중국에서 돌아와 회견장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정 회장도 그룹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정 회장 부자가 갖고 있는 글로비스 주식 헌납 이외에도 그룹 윤리위원회 설치, 오너경영을 뒷받침해온 기획총괄본부의 대폭 축소, 계열사별 독립 경영 강화 등 획기적인 경영지배구조 개선방안도 내놓았다.
정 회장중심의 ‘원맨경영’에서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을 높이는 경영투명성과 자율경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참여정부가 신경쓰고 있는 고용창출 및 대-중기 상생협력과 관련, 국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 중소기업 및 협력사 지원 방안 등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그룹이 대 국민 사과와 사회공헌카드를 내놓은 것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검찰이 20일 정 사장을 소환함에 따라 우호적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룹측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계속되는 그룹이미지 추락과 경영 공백상태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비자금 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동요하고, 해외판매망도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언론에 비자금수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월드컵마케팅 등으로 어렵게 쌓아놓은 그룹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회장 부자가 헌납한 글로비스 주식은 당초 이들이 50억원으로 취득한 주식인데다가 주가가 떨어질 경우 주식평가액도 그룹이 밝힌 1조원 규모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김조근 상무는 이에대해 “주가가 떨어져 1조원이 안 될 경우엔 정 회장 부자가 다른 사재를 털어서라도 1조원을 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