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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서소문 고가 안전점검 중 붕괴···전문가 "보강 없이 진단 착수, 100% 인재"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6-05-26 17: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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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2시 32분 붕괴 신고···부상자 6명 중 3명 사망
  • 2019년부터 콘크리트 낙하·바닥판 탈락···안전등급 D 판정
  • 전문가 "인공기둥 미설치·단계 철거 미이행이 화근"

안전을 확인하러 들어간 현장이 무너졌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안전점검 도중 상판이 붕괴해 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3명이 숨졌다. 전문가는 필요한 보강 조치 없이 점검에 착수한 '100% 인재'라고 진단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인근에서 소방대원들이 붕괴된 구조물에 깔린 차량을 수습하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서소문 고가차도는 안전등급 D(불량) 판정을 받고 지난해 8월 철거에 들어간 60년 된 구조물이다. 철거 완료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점검에 앞서 구조물 보강 조치가 이뤄졌는지, 서울시 감독자가 안전체계를 갖추고 현장에 임했는지가 사고 경위 조사의 핵심이 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2분경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붕괴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3명이 숨졌다. 서대문구 차량 일부도 파손됐다.


소방당국은 오후 2시 49분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 인력 62명과 경찰 30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사고 여파로 서울역~신촌역 구간 열차 운행을 즉각 중단했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오래전부터 구조물 결함이 반복된 현장이었다. 2019년 3월에는 가로 1.8m, 두께 6㎝ 크기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도로 위로 떨어졌다. 마침 지나는 차량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2021년에는 바닥판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2024년에는 보(beam) 콘크리트 탈락과 강선 파손이 잇따랐다.


서울시가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에서 이 고가차도는 A~E 5개 등급 중 D등급(미흡)을 받았다. D등급은 즉각적인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8월 철거 공사에 착수했으며, 다음 달 완료를 앞두고 있었다.


안전점검은 철거 공사 중 구조물의 잔존 위험 요소와 현재 상태를 전문 인력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절차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가 바로 그 안전점검 과정에서 공중비계(공중에 설치된 임시 작업 발판)와 거더(교량 상판을 받치는 수평 구조재) 일부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 감독자가 현장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의 철거 전 모습. 1966년 준공된 이 고가차도는 안전등급 D 판정을 받고 지난해 8월 철거 공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상황은 전문가 진단으로도 확인된다. 이환승 교통안전공학박사(김포도시교통포럼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사전 보강 조치 미이행을 지목했다. 


철거가 진행되면서 해체된 부분의 하중이 나머지 구조물로 전이되는데, 이 상태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하려면 인공기둥 수십 개를 설치해 하중을 분산시키고 보강재 파이프를 박아가며 단계적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모든 조치를 완료하고 나서 진단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중요한 보강 조치를 하지 않고 안전진단에 착수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서울시 감독자의 책임도 직접 언급했다. "서울시 감독자들조차 안전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안전진단에 임한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서소문 사고는 100% 인재(人災)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건설 현장 안전 관리 체계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작업 전 점검 항목을 확인하고 현장에 상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박사는 "안전관리자가 자격증만 있고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와 현장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자 현장 상주 의무화, 작업 전 체크리스트 완성 후 착수, 위반 시 처벌 강화, 해당 분야 전문가와 현장 감독자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박사는 이번 사고를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삼성역 인근 철근 누락 사건과 같은 맥락으로 짚었다. "우리나라 토목·건설 공사 시스템이 안전불감증에 놓여 있으며 구조적인 모순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제도 정비와 함께 노동자 안전 교육 강화, 경영자 안전의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26일 서울역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열차 운행 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코레일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로 서울역~신촌역 구간 열차 운행을 즉각 중단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남 진해에서 열린 회의 도중 사고 보고를 받고 즉각 대응을 지시했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사망 피해자에게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서울시는 "추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관계 기관과 함께 피해 상황을 신속히 확인하고 현장 안전 확보 및 인명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는 조사 중이다.


이 박사는 "법과 제도가 고쳐지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또 반복된다"며 "안전의 가치는 경제적 이익을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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