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안 일대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17일 주요 고속도로와 철도 운행이 전면 차단되고, 서산의 한 도로에서는 차량 침수로 50대 남성이 숨지는 등 교통 관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오전 서산시 성연면 성연 삼거리가 물에 잠겨 있다. 밤사이 서산에서는 시간당 114.9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밤사이 충남 서해안을 강타한 극한호우로 인해 지역 교통망이 전면 마비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묶이고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부터 17일 오전 5시까지 서산에 344㎜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서천 춘장대 266㎜, 태안 238㎜의 폭우가 쏟아져 밤사이 200∼3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서산에는 시간당 114.9㎜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는데, 이는 100년에 1번 발생할 수 있는 강수량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폭우로 인한 지반 약화와 토사 유입으로 주요 고속도로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비탈면 토사가 흘러내린 대전당진고속도로 면천IC 부근 양방향이 통제되면서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토사 제거가 완료돼야 통행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도로공사 관계자는 밝혔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해미IC∼서산IC 구간도 통행을 차단했다고 도로공사는 발표했다.
철도 운행도 대대적으로 중단됐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4시 30분부터 경부선 서울역에서 대전역 간 일반 열차의 운행을 일시 중지했다.
KTX는 전 구간 운행 중이지만, 장항선 천안역∼익산역, 서해선 홍성역∼서화성역 일반열차 운행도 멈춘 상태다.
1호선 전동열차는 평택역에서 신창역까지 구간이 일시 운행 중지되고 있으며, 연천에서 평택역 간 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다.
가장 심각한 피해는 도로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다. 이날 오전 3시 59분께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5시 14분께 한 침수 차량에서 탑승자 3명을 구조했으며, 이어 오전 6시 15분께 인근에 정차돼 있던 다른 침수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50대 남성을 발견해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끝내 숨졌다.
도심 곳곳의 도로 침수로 시민들의 일상 이동도 크게 제약받고 있다. 서산 성연면 성연삼거리 일대에는 빗물이 가득 찼고, 읍내동 골목과 도로는 침수됐다.
당진시 채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빗물이 들이차면서 차량 10여대가 침수되는 등 차량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교통 마비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많은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림청은 17일 오전 6시 30분을 기해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산간 도로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은 오늘 시간당 20~60mm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충남권에 호우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오늘 50~150mm, 많은 곳은 180mm 이상 내리겠다"며 "좁은 지역에 매우 강하게 내리기 때문에 최신 기상정보를 확인하면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