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수의계약 대상이었던 현대건설이 정부의 공사기간 단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업 참여를 포기한다고 30일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홍보영상 (부산시 제공)
현대건설은 이날 "안전과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역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해당 공사는 서울 남산 약 3배에 달하는 절취량과 여의도 2.3배 규모의 부지 조성을 수반하는 난공사다. 이에 따라 적정 공사기간 확보는 안전과 품질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 현대건설 측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기본설계 과정에 250여명의 전문가와 6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심도있는 기술 검토를 진행했고, 해외 유사 사례 등도 면밀히 분석해 적정 공사기간을 도출했다고 공기 연장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부지조성공사 입찰 공고상 공기는 84개월(7년)이었으나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안정화와 방파제 일부 시공 후 매립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108개월(9년)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가 현대건설에 보완을 요구했지만 현대건설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토부는 지난 8일 현대건설과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사익 때문에 국책사업 지연 및 추가 혈세 투입을 조장한다는 부당한 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미 국토부가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했으며 부산시와 지역 시민단체가 즉각적인 재입찰과 당사의 입찰 참여 배제를 요구하는 만큼 당사 역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고 국책사업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기본설계 관련 보유 권리를 포기하고 후속 사업자 선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표명했다. 또한 사업 불참은 컨소시엄 전체가 아닌 현대건설의 단독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이는 당사가 속한 컨소시엄의 입장이 아닌 당사의 단독 입장 표명으로, 컨소시엄과 관련한 모든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컨소시엄이 사업 참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 경쟁입찰이 4차례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 외에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나머지 업체들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업체를 찾아야 할지 주목된다. 4차례 입찰 유찰을 겪은 상황에서 현대건설마저 손을 뗀 만큼 가덕도신공항 건설 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목형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