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토교통부는 GTX-A 개통 1주년 성과를 발표했다. 누적 770만 명, 파주~서울역 66분에서 22분으로, 동탄~수서 75분에서 21분으로. 수치는 인상적이었고, 언론은 일제히 '교통 혁명'을 보도했다.
GTX-A 역사에서 승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내려가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그런데 발표가 끝나자마자 동탄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른 목소리가 올라왔다. "GTX를 매일 타고 싶은데, 삼성역이 없으니 결국 지하철로 환승해야 한다." "요금이 왕복 8,000원인데 연봉이 높지 않으면 매일 타기 부담스럽다."
770만 명이 탔다는 사실은 맞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발표문이 담지 않은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하나, 북부 대박·남부 부진…격차는 왜 생겼나
4월 1일 국토부 발표 수치를 다시 들여다보면 두 구간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수서~동탄 구간은 1년간 누적 409만명, 3월 말 기준 평일 일평균 1만 6,171명으로 예측 수요 대비 75.1%에 머물렀다. 반면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은 개통 3개월 만에 누적 361만명, 일평균 4만 5,600명으로 예측 수요의 91%를 이미 따라잡았다.
개통 기간으로 치면 남부가 9개월 이상 앞서지만, 이용객 절대 수치에서는 북부 구간이 역전했다. 왜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안 교통의 유무'다. 경기 남부(동탄·수원·성남)는 신분당선, SRT, 광역버스 등 서울로 연결되는 대체 교통수단이 이미 촘촘하다. GTX가 더 빠르기는 하지만, 기존 수단이 충분히 쓸 만한 상황에서 두 배 가까운 요금을 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파주·고양·일산 등 수도권 서북부는 GTX 이전까지 경의중앙선의 긴 배차와 광역버스 정체에 묶여 있었다. GTX는 대안이 아니라 '유일한 답'으로 등장한 것이다.
교통연구원 김모 연구위원은 "GTX 이용 수요는 기존 교통의 불편함이 클수록, 대체 수단이 부족할수록 폭발적으로 나타난다"며 "북부 구간이 예측보다 빠르게 수요에 도달한 것은 그 지역 교통 인프라의 누적된 공백이 얼마나 컸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구간의 또 다른 문제는 '목적지의 공백'이다. 동탄에서 GTX를 타면 수서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테헤란로·삼성·선릉 등 강남 핵심 업무 지구까지는 다시 2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결국 GTX를 타도 '강남행'은 완성되지 않는다. 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역이 삼성역이다.
둘, 삼성역…1년째 열리지 않는 GTX의 심장
GTX-A의 전략적 핵심은 삼성역이다. 삼성역은 GTX-A·C, 위례신사선, 2호선이 교차하는 수도권 최대 환승 거점이 될 역이다. 국가철도공단 측 분석에 따르면 삼성역은 GTX-A 전체 수요의 약 14%를 차지한다. 이 역 하나가 없어서 남부 구간 이용객이 예측치의 75%에 머물고 있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정부 계획상 삼성역은 2026년 무정차 통과 운영을 거쳐 2028년 완전 개통이 목표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않다. 삼성역 구간은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과 공정이 얽혀 있어 변수가 많다. 공사 관계자 사이에서는 "2026년 무정차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역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38)씨는 "동탄에 살면서 강남까지 GTX로 한 번에 오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아직은 그림의 떡"이라며 "삼성역이 열리면 바로 정기권 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잠재 이용자가 GTX 남부 구간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 수요'다.
셋, 요금과 연계 교통…일상 교통수단이 되려면
770만 명을 분석하면 또 다른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킨텍스 주요 행사일에 이용객이 예측치의 160%를 넘어선다는 통계는, 반대로 말하면 GTX-A가 '행사 때 타는 특별 교통수단'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4월 1일 발표에서 요일별 이용객이 금요일(16.4%)과 토요일(16.3%)에 집중된 반면 일요일(11.0%)이 가장 적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퇴근 통근자보다 주말 여가 이용 비중이 높다는 신호다.
매일 타는 출퇴근 교통수단이 되려면 요금이 넘어야 할 산이다. GTX-A 동탄~수서 편도 요금은 4,150원이다. 왕복 8,300원, 한 달 20일 기준 약 16만 6,000원이다. 지하철·버스 환승 체계에 편입되지 않아 K-패스 같은 할인 혜택도 제한적으로만 적용된다. 정기권도 없다.
연계 교통의 미비도 문제다. 운정중앙역에 PBRT가 올해 2월 생겼지만, 역까지 걸어오기 어려운 지역 주민은 여전히 많다. 국토부가 4월 1일 발표에서 "이용 편의 개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기권 도입 계획이나 요금 인하 논의는 아직 공식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B·C 노선…완성까지 가는 길
GTX-A의 부분 개통이 이슈라면, B·C 노선은 아직 '시작점'에 서 있다. GTX-B(인천~마석)는 민자 구간에서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사업 참여를 철회하면서 착공이 크게 지연돼 있다.
정부의 공식 목표는 2030년 개통이지만, 업계에서는 72개월의 공사 기간을 감안할 때 2031년 이후를 현실적 시점으로 보고 있다. GTX-C(덕정~수원)는 시공사와의 공사비 분쟁으로 착공식을 열고도 실착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인천 부평에 사는 직장인 최모(41)씨는 "GTX-B 역세권이라는 말 믿고 2022년에 집을 샀는데, 아직도 착공 소식이 없다"며 "언제 개통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GTX-A의 1년 성과가 빛날수록, B·C를 기다리는 수도권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진다.
"부분 개통의 시대를 넘어서야"
GTX-A가 수도권 교통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파주·고양 주민들에게 GTX-A 1년은 실질적 생활 혁명이었다. 그러나 '770만 명'이라는 숫자는 완성이 아니라 가능성의 증거다.
삼성역이 열려야 남부 구간이 살아나고, 요금 체계와 연계 교통이 정비돼야 비이용자가 이용자로 전환된다. B·C 노선의 착공 지연이 해소돼야 수도권 전역을 아우르는 GTX 망이 완성된다.
국토부는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아 창릉역·삼성역을 적기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적기'가 언제인지를 수치로 검증하는 것, 그리고 B·C 착공 지연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 이제 교통 저널리즘이 해야 할 다음 질문이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