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道단위 市지역에서 택시기사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면서 택시 최저임금제의 목적과 취지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
택시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취지는 택시기사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승객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도 기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택시업체에서는 고정적 임금비중을 높이는 대신,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사납금을 인상하는 등 편법을 사용하고 있어 오히려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경기 광명시 소재 A회사는 지난달 최저임금제 적용을 앞두고 월급을 15만원 올리는 대신 한 달 사납금을 39만원이나 올렸다. 또 단협에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 실제로는 2인 맞교대 근무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는데도 서류상으로는 이 가운데 3분의 1만 일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의정부시 소재 B회사는 최저임금 적용을 위해 1일 근무시간을 7시간에서 2.7시간으로 축소하는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일방적으로 노동부 의정부지청에 제출해 말썽이 됐다. 이 회사 택시기사 C씨(49)는 "하루 근무시간이 3시간도 안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편법 적용하기 위해 사납금을 올리거나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는 전국 대부분 택시업체에서 이뤄지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노동시간이 법정 시간(주 40시간)에 못 미칠 경우 시급 기준(올해 4110원)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노사가 하루 노동시간으로 합의하는 '소정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있다. 사실상 기사 임금은 소정 근로시간만큼이고 나머지는 자율 휴게시간이니 일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되 사납금만 입금하라는 것이다.
서류상의 하루 노동시간을 줄이면 택시기사가 나중에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요양급여나 보험금 산정 때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또 택시회사들은 월급을 인상해주되 사납금은 그보다 더 많이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월급을 올리면 4대 보험료 등 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각종 비용이 증가하니 사납금을 더 받아야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월급 인상분보다 사납금 인상분이 훨씬 크기 때문에 결국은 택시기사의 급여 감소로 이어진다.
택시기사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적용한 것이 우습게도 노동조건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택시노련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면 나중에는 서류상으로는 30분 일하고 실제로는 12시간 이상 일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며 "택시사업주의 편법 행위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강화해줄 것을 노동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택시회사들도 할 말은 많다. 경기 수원시 소재 D회사 E사장은 "운송수입에서 사납금을 빼고 남은 초과수입금을 택시 최저임금에서 제외해 이런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택시운송업의 특성상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성과급 성격의 초과수입금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의정부시 소재 F회사 G사장은 "최저임금제 시행에 따라 요구되는 임금체계 개편, 고정임금을 인상하면 회사는 곧 망하고 말 것"이라며 "오른 기본급을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사납금을 인상하거나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경남 창원의 H회사는 도저히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며 지난달 30일 자정부터 운전기사 68명 전원을 해고해 논란을 빚었다.
택시 최저임금제는 운송수입에서 사납금을 빼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생산고 임금)을 택시기사들의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이다. 월 209시간 근무기준으로 85만8990원의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종전에 택시 기사들은 하루 동안 벌어들인 수입 가운데 사납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초과 수입은 성과급 형식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택시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면서도 이같은 사납금 위주의 근로형태가 변하지 않아 고정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추는 대신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사납금을 인상하는 등 편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방 노동청을 통해 택시회사 쪽을 지도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택시요금 인상과 택시기사 급여체계 개선과도 연관된 부분이라 우리도 뜻대로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택시 최저임금은 서울 등 광역시 이상은 지난해 7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및 도단위 시지역은 올해 7월부터, 군 단위는 2012년 7월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저임금제가 적용된 7대 광역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아 도단위 시지역처럼 갈등이 심하지 않았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군 단위 지역은 더욱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저임금은 매년 5% 수준으로 인상되는데 비해 택시요금 인상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해가 거듭될 수록 택시업체의 부담은 과중돼 회사 측은 지속적으로 사납금 인상 또는 소정 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택시 최저임금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노사갈등의 핵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