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도 요금소를 지나는 차량마다 하이패스 단말기는 "통행료 0원"을 알렸다. 운전자가 내지 않은 그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가 떠안았다. 면제를 결정한 정부는 도입 이후 이 비용을 한 번도 보전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경부고속도로 서초IC 부근 상행선이 귀경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국토교통부·도로공사 자료를 보면, 2017년 추석부터 올해 설까지 명절 면제로 감면된 통행료는 9651억원이다. 이 가운데 민자고속도로 감면액 1776억원은 국고로 전액 보전됐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 감면액 7875억원은 보전 없이 공사의 수입 결손으로 처리됐다. 명절 면제를 포함해 정부 정책으로 깎아준 통행료는 보전 근거가 생긴 2009년 이후 5조4506억원이다(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한 금액은 0원이다.
올해 추석에는 부담이 하나 더 붙었다. 도로공사는 자체 수익금으로 재정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의 기름값을 연휴 기간 리터당 100원 내렸다. 공사는 보전 없이 감면이 쌓이면 통행료 인상이나 투자 축소로 부담이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공사의 부채비율은 2025년 95.6%이며, 2028년 100.6%에 이를 것으로 공사는 전망했다. 통행료는 2015년 이후 동결 상태다. 국토부가 2027년 예산안에 요구한 보전액 280억원은 기획예산처가 편성한 정부안에서 빠졌다.
감면 규모는 커지고 있다. 2006년 통행료 수입의 5.1%였던 감면액은 2025년 4712억원으로 수입의 10.7%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명절 면제가 1192억원으로 가장 컸다.
비용 구조는 도입 때 정해졌다.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명절 면제 시행을 발표하면서 도로공사 구간은 공사가 자체 부담하고 민자고속도로에는 국고 약 12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듬해 유료도로법 개정으로 명절 감면 근거와 감면 비용 보전 근거가 함께 생겼다. 면제는 이후 매번 국무회의 의결로 시행돼 올해 추석까지 15차례 이어졌다.
보전 조항은 한국도로공사법 제16조의2와 유료도로법 제15조 제4항이다. 두 조항 모두 국가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재량규정이다. 도로공사는 2015~2023년 해마다 200억~400억원씩 모두 2580억원을 요청했다. 같은 기간 산출된 보전 대상액 3조2000억원의 7.9%였다. 반영된 금액은 없다.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2023년 국정감사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부 정책으로 요금을 깎아주는 공기업은 도로공사만이 아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노인·장애인 무임승차와 이용객이 적은 벽지노선 운행으로 손실을 본다. 차이는 보전 여부다. 코레일은 2025년 3623억원의 공익서비스비용(PSO) 보전을 받았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 국가가 비용을 '보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코레일도 전액을 받지는 못한다. 2005~2023년 누적 보상률은 76.6%다.
도로공사의 총차입금은 2020년 28조8105억원에서 2025년 41조3353억원으로 43.5% 늘었다(한국신용평가·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자료). 차입금이 늘어난 원인은 명절 면제 하나가 아니다. 유 의원실은 감면 손실과 도로망 투자가 겹친 결과라고 밝혔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도로공사가 흑자라면 그걸로 메울 수 있겠지만 도로공사도 부채가 있다"며 "크게 보면 공기업 부채는 정부의 부채이고, 궁극적으로는 세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의 부채는 2025년 말 44조5369억원이다.
면제 자체의 효과를 인정하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명절이라는 국민 정서가 있고, 크게 보면 "부의 재분배 효과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이 결국 세금으로 메워진다면,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의 몫이 이용자 전체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부 측 사정도 있다. 정부는 재정고속도로 건설비의 40%를 출연금으로 지원한다. 박 교수는 철도의 벽지노선이나 노인 할인 손실도 전액 보전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정부도 재정에 여유가 있다면 보전하겠지만 복지 등 다른 예산 수요가 많다고 했다. 【기획예산처: 보전 미반영 사유. 무응답 시 "기획예산처는 미반영 사유를 묻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감면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공사의 2025년 영업이익은 1조3549억원으로 1년 새 77.1% 늘었다. 다만 이는 유료도로관리권 상각비 감소에 따른 회계상 증가다. 같은 해 매출은 9.9%, 당기순이익은 22.5% 줄었다.
정부 보전을 요구하는 국회의 지적은 10년 넘게 반복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년 철도처럼 감면액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023년과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왔다.
도로공사는 말을 아낀다. 유정훈 도로공사 사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행료 무료화 같은 공공서비스 제공 여부는 결국 정부와 국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명절 면제 등에 따른 재무 부담은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제시하겠다고 했다.
박동주 교수는 "제일 바람직하기는 정부 재정에 여유가 있을 때 명절 통행료 면제 금액을 도로공사에 보전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구조에 대해서는 "크게 보면 국민 세금으로 메울 부분을 뒤로 미뤄두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