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협회·농협 등 제주 지역 4개 사업자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으로 2년간 유가를 맞춰온 담합 구조가 공정위 조사로 드러났다.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교통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이하 제주주유소협회)와 제주시농업협동조합(이하 제주농협), 서귀포농업협동조합(이하 서귀포농협)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 5,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제주주유소협회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2년간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으로부터 다음 날 경질유(휘발유·경유·등유) 판매가격을 오피넷 공개 전에 미리 받아 회원사 기준가격으로 정하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문자로 116개 회원사에 통지했다. 오피넷은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공개 시스템이다.
두 농협은 단순히 가격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제주주유소협회와 합의해 경질유 가격 인상·유지를 결정하고, 기준가보다 낮게 파는 업체를 협회에 신고해 준수를 압박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통화 녹음에서 제주농협 소장은 협회 사무장에게 "휘발유 50원 올리면 안 되겠냐"고 제안하고, 사무장이 이를 받아들여 제주시 지역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30원에서 1,780원으로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주유소협회 사무장이 106개 회원사가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경질유 기준가격을 통지한 내역. 2022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변동분과 기준가를 사전 공지했으며, "단가변경은 아침에 변경부탁드립니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공정위)
제주주유소협회는 담합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는 시기에는 단체대화방 대신 전화·방문으로 기준가를 전달했고, 회원사에 메시지 삭제와 외부 유출 금지를 요청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위반 기간 중 제주시 회원사에 62회, 서귀포시 회원사에 60회 오피넷 공개 전에 가격을 미리 통지했다.
이번 제재는 주유소 업종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구성사업자가 참가해 가격을 주도적으로 결정·유지·변경한 행위를 적발한 첫 사례다. 과징금은 제주주유소협회 3,000만 원, 제주농협 9억 8,700만 원, 서귀포농협 10억 3,300만 원으로 각각 부과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경질유 시장에서 경쟁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