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무상으로 설계해 준 도로관리 청사진이 페루의 공식 국가계획으로 자리 잡았다.
6월 25일(현지시간) 페루 교통통신부 강당에서 「페루 국도 스마트도로관리 마스터플랜」 법정계획 공포 기념행사가 열렸다. 화면에는 트루히요~아레키파 구간을 대상으로 한 국가 도로망 지능형교통체계(ITS) 마스터플랜이 소개되고 있다. (국토부)국토교통부는 페루 교통통신부(MTC)가 '페루 국도 스마트도로관리(재난·교통) 마스터플랜'을 국가 법정계획으로 공포했다고 28일 밝혔다. 페루 정부의 공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뤄졌다. 한국의 도로관리 정책과 지능형교통체계(ITS) 기술력이 페루의 정식 국가 정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ITS는 도로·차량·신호 등 교통 인프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첨단 교통관리 체계다.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로 교통량과 돌발 상황을 실시간 감지한 뒤, 이 정보를 운전자와 관리기관에 전달해 정체를 줄이고 사고·재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마스터플랜은 국토교통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결과물이다. 한국이 무상으로 컨설팅한 도로망 구축 결과물이 수원국의 법정계획으로 격상된 것은 단순 자문을 넘어 상대국 정책에 직접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법제화에 맞춰 이날 페루 교통통신부 강당에서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알도 마르틴 프리에토 바레라 페루 교통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행사에서는 양국 인사 축사에 이어 한국도로공사의 ITS 기조강연, MTC의 마스터플랜 발표, 관계기관 패널토론 등이 진행됐다.
법정계획 공포는 페루 정부가 해당 정책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조직과 예산을 확보할 길을 열어준다. 이는 향후 페루에서 도로망 구축사업이 발주될 경우 한국 민간기업이 후속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선례도 있다. 한국은 2019년 콜롬비아 국가 ITS 마스터플랜 수립 ODA 사업을 수행했고, 이 계획은 현지 교통부 승인을 거쳐 2022년 법정계획으로 굳어졌다. 이후 콜롬비아에서는 관련 후속사업과 한국기업 진출이 잇따랐다. 페루에서도 비슷한 경로로 한국 ITS 기술의 현지 확산이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번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은 한국도로공사 컨소시엄이 맡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간 진행했다. 컨소시엄에는 한국도로공사·동명기술공단·이젠시스가 참여했다. 핵심 과업은 페루 간선 국도인 판아메리칸 하이웨이 트루히요~아레키파 구간 1,560㎞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 도로관리 마스터플랜 수립과 후속사업 발굴이었다.
성과는 구체적이다. 사고와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할 13개 ITS 단기 서비스를 선정했고, 최우선 중점 사업 구간 133.2㎞에 대해서는 개념설계와 이행계획까지 마련했다.
후속 작업은 곧바로 이어진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부터 ODA 사업으로 '페루 리마–찬카이 스마트 ITS 구축사업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현지 ITS 구축이 본격화되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도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김석기 건설정책국장은 “이번 성과는 국토교통 ODA사업을 통해 한국의 도로·교통 운영 경험을 페루 현지 여건에 맞게 체계화한 결과로, 향후 페루 국도의 안전성과 운영 효율 향상은 물론,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