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플랫폼이 앱을 통하지 않은 배회 영업 수익에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게 되면서 모빌리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정부는 지난 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공포하고 1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시행령은 플랫폼 가맹사업자가 앱을 거치지 않고 체결된 운송계약의 운임·요금에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시정명령 불이행 시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조치의 발단은 기사들의 오랜 불만이었다. 카카오T 같은 플랫폼에 가입한 가맹택시 기사는 앱으로 손님을 잡든 길에서 직접 태우든 전체 매출의 3.3% 안팎을 수수료로 냈다. 플랫폼이 중개하지 않은 운행에서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같은 불만은 결국 입법으로 이어졌다. 박용갑·김희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올해 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입법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법이 제정되는 선에서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1년 넘게 자율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결국 입법으로 직접 차단한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서울에서 7년째 가맹택시를 몰고 있는 송모씨는 "앱 호출 없이 내가 직접 태운 손님인데도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게 항상 억울했다"며 "이번 법 시행으로 그 부분만큼은 제대로 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가맹택시를 운영하는 최모씨도 "플랫폼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운행에서도 수익을 가져가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기존 동일 수수료 체계는 단순한 수익 구조가 아니라 택시 서비스 품질을 떠받치는 근간이었다는 것이다. 배회 영업에도 똑같이 수수료가 붙었기 때문에 기사들이 굳이 길거리에서 손님을 고르지 않고 앱 호출을 수용했고, 그 결과 콜 골라잡기와 단거리 거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자연스럽게 억제됐다.
애초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맹택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플랫폼들이 목적지 미표시 자동배차 원칙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회 영업은 탑승 전 목적지 확인이 가능한 데다 수수료 부담까지 없어, 기사들이 앱보다 배회 영업을 선호하게 될 경우 이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승객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퇴근·심야 시간대나 비 오는 날, 대형 행사 종료 직후처럼 수요가 몰리거나 택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사 입장에서는 앱 호출보다 배회 영업이 훨씬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후 승차거부나 배회 영업으로만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급하게 택시가 필요한 소비자는 정작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애초에 콜 골라잡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맹택시 제도가 도입된 것인데, 이번 조치로 그 문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익 감소는 플랫폼 입장에서 더 직접적인 문제다. 배회 영업 매출은 가맹택시 전체 매출의 15~20% 수준으로 추산된다. 전국 가맹택시 약 9만 대에 이를 적용하면 업계 전체의 연간 수익 감소 규모는 300억~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가맹택시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맹 사업의 수익 구조 변화에 따른 일부 재무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3.3% 안팎의 가맹수수료를 인상할 계획은 없으며, 손실되는 부분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보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법안의 취지에 따라 기존 상품의 서비스 품질과 구성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며 "배회영업 수수료 제외 이후 우려되는 승차 거부나 콜 골라잡기 등 서비스 품질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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