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광명시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의 원인이 설계 단계의 하중 계산 오류와 전방위적 시공 부실이 겹친 복합 재난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인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 붕괴사고 당시 모습. 도로가 함께 내려앉으며 인근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는 지난해 4월 11일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인근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사고에 대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손무락 대구대학교 교수·이하 사조위)의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당시 사고로 공사 중이던 터널(연장 51.25m)이 무너지고 상부 도로인 오리로가 함몰되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조위는 이해관계 없는 산·학·연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전체회의 27회, 현장조사 6회, 관계자 청문 4회 등을 거쳐 조사를 마쳤다.
사조위가 확인한 1차 붕괴 원인은 중앙기둥 설계 오류다. 2아치터널의 핵심 부재인 중앙기둥(단면 0.4×1.2m)을 설계하면서, 실제로는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기둥을 간격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잘못 계산했다.
이 오류로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이 실제보다 2.5배 작게 산출됐고, 기둥 길이 역시 실제 4.72m를 0.335m로 고려하는 등 설계 기초부터 어긋났다. 설계감리가 이 과정에 함께했음에도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설계 단계의 오류는 시공 단계에서도 교정되지 않았다. 시공사와 시공감리는 착공 전 설계도서를 검토했으나 문제를 확인하지 못했고, 2024년 9월 중앙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변경을 단행하면서도 중앙기둥의 제원과 철근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반 관리도 허술했다. 설계·시공 양 단계 모두 사고구간 내 단층대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 단층대가 지반 강도를 낮추는 동시에 이미 과소설계된 중앙기둥에 추가 하중으로 작용하며 붕괴를 촉진했다.
터널 굴착 중에는 지반 분야 기술인이 1m마다 막장(터널 굴착면 끝부분)을 직접 관찰해야 하나, 일부 작업에서 사진 관찰로 이를 대체했다. 시공사의 안전관리계획이 실무경력 5년 이상 고급기술자의 막장관찰을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자격 미달 기술인이 투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안전점검 이행 실태는 더 심각했다. 사조위가 CCTV를 확인한 결과, 매일 공종별로 실시해야 하는 자체안전점검이 사고 발생 전 11일(2025년 4월 1~11일) 동안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착공 후 사고 당일까지 2아치터널에 대한 정기안전점검 역시 전무했다. 시공사는 중앙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면서 균열·변형 등 파괴 전조증상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균열관리대장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설계도서에 명시된 터널 시공 순서를 변경하면서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점, 좌·우측 터널 굴착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하도록 규정했으나 실제로는 최대 36m까지 벌어진 점도 사조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사에서는 발주자 서면 승낙 없는 불법 재하도급까지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시공 양 단계의 기준을 전면 강화한다. 터널 공사 시 시추조사 간격을 현행 100m에서 50m 이내로 좁혀 지반 상태를 더 촘촘히 파악하도록 했다.
막장 관찰자 자격도 지반공학·지질 관련 분야 전공자에서 토질·지질 분야 중급기술자로 높이고, 관찰 결과는 고급기술자 이상의 감리자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설계 단계에서는 다중 아치 터널 중앙기둥에 대한 굴착 단계를 고려한 3차원 구조 해석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2차원 또는 3차원을 선택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3차원 해석만 허용된다. 시공 단계에서도 중앙기둥에 대한 균열 조사 횟수를 늘리고 콘크리트 변형률계 등을 통한 계측관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설계사·시공사·감리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는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상·산업안전법령 의무위반 등 형사처벌 사항에 대해 경찰·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에 조사결과를 공유해 엄정 조치에 협조할 계획이다.
사조위 손무락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해 4월 중 국토교통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터널공사 등의 안전강화를 위해 사조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한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년 4월 11일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로 상부 도로인 오리로가 함몰된 직후 촬영한 항공사진. 도로 전체에 대형 균열이 발생하고 주변 건물과 시설물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 확인된다. (자료=국토교통부)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