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노사 갈등이 임단협 결렬로 번지면서 1·2노조가 준법운행에 들어간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출퇴근 시간대 열차 지연과 혼잡 증가가 우려된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승강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준법운행이 시작되면 이 같은 출퇴근 승강장 혼잡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30일 서울교통공사와 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1노조)과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2노조)는 1일 첫차부터 역사 정차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규정·매뉴얼에 없는 업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운행’ 안전투쟁을 시행한다.
준법운행은 열차를 멈춰 세우는 파업과는 달리 운행 자체는 유지하지만, 모든 절차를 규정대로 수행해 평소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는 방식이다.
승·하차 안전 확보를 위해 승강장 정차 시간을 길게 가져가고, 출고·회수 점검 등 각종 검사를 규정 시간대로 진행하면서 일부 구간에서 운행 간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파업과 같은 대규모 중단은 아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열차 운행이 평소보다 늦어지고 혼잡도가 높아질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3개 노조가 있다. 1노조 조합원은 9천36명으로 전체 직원의 57.4%를 차지하고, 2노조는 2천577명(16.4%), 3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은 1천988명(12.6%) 규모다. 이 가운데 1·2노조가 이번 준법운행에 참여하면서 주요 노선 운행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준법운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사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임단협 결렬에 따라 준법운행에 들어갔고, 당시 1·3·4호선을 공동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까지 동시 준법투쟁을 벌이면서 첫날 125대, 둘째 날 27대 열차가 20분 이상 지연됐다. 올해는 코레일 동참 여부와 상관없이 출퇴근 시간대 지연 폭과 혼잡 수준이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가 관심사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비상 대책을 가동한다. 공사는 주요 혼잡역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승강장에서 승무원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상 업무를 독려할 계획이다. 전동차 검사시간을 규정대로 지키면서 차량 출고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는 사업소 간부와 준법운행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비상근무조를 편성해 운행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사 간 올해 임단협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률, 구조조정, 신규 채용 규모다. 노조는 정부가 정한 올해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 3%를 적용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1.8% 인상만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공사의 구조조정 계획도 갈등 요인이다. 공사와 서울시는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해 정원 감축 등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현재 인력으로도 승무·역무 업무 부담이 크다며 정원 감축에 강하게 반대하고, 안전 운행과 서비스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신규 채용 확대와 관련해서도 공사는 서울시 승인 없이는 단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개 노조는 모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가결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1노조와 3노조는 사측과 서울시가 임금·인력 구조와 관련해 진전된 협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12월 1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으며, 2노조도 12월 중순 총파업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서울 지하철 객실 내부에 공공교통 공공성 강화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출근·퇴근 시간대 시민 이동을 책임지는 도시철도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사진=연합뉴스)노사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내달 초 준법운행으로 시작된 긴장이 12월 중순 대규모 파업으로 확산되면서 시민 불편이 한층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준법운행은 단순한 임금 인상 갈등이라기보다, 만성 적자를 줄이려는 공사와 안전 운행을 위해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노조가 정면으로 맞붙는 인력 구조 갈등을 드러낸다.
앞으로 출근길 차질이 얼마나 반복되고 그때 서울시와 공사가 안내·대응 체계를 얼마나 성실히 준비하는지가 시민 평가의 기준이 되며, 이 평가는 인력·채용·운행 조정안을 판단하는 가장 직접적인 잣대로 작용한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