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용달화물 기사들은 “법은 있어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화물 주선업체가 운송요금의 최대 절반을 수수료로 가져가지만, 운임총액과 실제 공제액이 기사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배달앱 업계가 중개수수료를 2%대로 낮추는 합의를 발표한 반면, 화물시장은 여전히 20~50%대 수수료가 관행으로 굳어 있다.
도심 건물 앞에서 물류를 운송 중인 소형 화물차. ⓒ교통일보 화물운송 시장에서 주선업체는 화주와 계약을 맺고 전체 운임을 받은 뒤, 그중 일부를 기사에게 지급한다. 문제는 이 운임총액이 기사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 기사들은 자신이 얼마짜리 운송을 수행했는지조차 모른 채, 주선업체가 통보하는 금액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업체는 보험료나 관리비를 추가로 공제하면서도 정산서에 이를 명시하지 않아, 실제 기사 손에 남는 금액이 전체 운송료의 6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불투명 구조는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2024년 7월부터 주선사업자가 운임과 수수료율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표준 운송주선약관도 마련해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신고제는 신고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계약서 사용도 사실상 강제되지 않는다. 감독기관이 허위 신고를 검증하거나 제재한 공식 사례도 거의 없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감독과 공개, 제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로 인해 현장 기사들은 ‘깜깜이 계약’에 내몰리고 있다. 화주가 10만 원을 냈더라도 주선업체가 5만 원만 기사에게 전달하면 그 차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수수료율을 묻는 순간 거래가 끊기는 경우도 많아, 불공정을 체감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주선업계는 이에 대해 “수수료에는 공차율 관리비나 보험료, 플랫폼 유지비 등이 포함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제 항목이 업체마다 다르고, 정산서 작성이 의무가 아니어서 기사들은 여전히 자신이 얼마나 공제당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신고제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자율 수수료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특별시개인(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사무실 입구. ⓒ교통일보 반면 같은 플랫폼 기반 시장인 배달앱 분야는 제도 개선이 한발 앞섰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5년 1월 22일 “중개이용료를 최대 7.8%포인트 인하하고, 2월부터 상생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한 자율 조정 방안으로, 플랫폼 수수료 구조가 처음으로 공식 인하된 사례다.
앞서 정부·여당과 주요 플랫폼이 참여한 상생협의체는 2024년 7월 23일 출범해 음식점이 부담하는 중개수수료를 2.0~7.8% 수준으로 낮추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후 서울시와 신한은행이 협력해 운영하는 공공배달앱 ‘땡겨요’가 등장하며, 중개수수료를 2% 수준으로 책정하고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내세웠다. 배달앱 시장은 제도적 개입 없이도 자율적 수수료 조정이 이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2025년 7월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운송주선 수수료의 산정 기준과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접수됐다.
이 법안은 현행 신고제만으로는 주선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수수료의 상한과 산정방식을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역시 같은 날 “화물운송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운송주선사업자 관리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처는 표준계약서 사용 확대, 정산 내역 명시 의무화, 거래정보 공개 등을 추진해 기사들이 운임총액과 공제 항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영세 주선사업체의 운영 여력이 떨어지고 거래가 음성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현장 기사들은 이러한 정부 태도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최지훈 서울특별시개인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부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신고만 하면 끝나는 구조여서, 주선업체가 어떤 수수료를 적용해도 사실상 제재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용달화물기사는 시민의 생필품과 가전, 이삿짐을 나르는 생활 물류의 핵심이지만, 정작 제도적 보호는 부족하다”며 “배달업계처럼 정부가 주선업체의 수수료 상한을 관리하고,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