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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부품 강매’ 우려…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순정부품 대신 대체부품 사용 원칙화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5-09-01 16: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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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16일부터 대체부품 사용 원칙화…보험료 절감 취지 불구 현장 왜곡 우려
  • 소비자 절반 이상 대체부품 몰라…"순정 쓰면 보험 적용 어렵다" 과장 설명 횡행
  • 견적서 가격 병기·표준 안내 문구 의무화 등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시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8월 16일부터 개정돼 순정부품 대신 인증 대체부품 사용이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보험료 절감과 부품산업 육성을 내세우지만, 정비소 현장에서는 소비자의 불안을 이용한 구조적 왜곡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2025년 8월 16일부터 개정돼 순정부품 대신 인증 대체부품 사용이 원칙화되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8월 16일부터 개정돼 순정부품 대신 인증 대체부품 사용이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보험료 절감과 부품산업 육성을 내세우지만, 정비소 현장에서는 소비자의 불안을 이용한 구조적 왜곡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말, 김포에 거주하는 김민성씨(27)는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정비소를 찾았다가 "차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70만 원짜리 수리 견적을 받았다. 정비사는 "요즘 제도가 바뀌어 부품이 싸게 나왔으니 지금 교체해야 한다"며 강하게 권유했다. 


그러나 다른 정비소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전혀 다른 진단이 나왔다. 김씨의 어머니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동차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나 여성, 고령층은 이런 겁주기식 설명과 제도 변화를 빌미로 한 강매에 쉽게 흔들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태가 약관 개정 이후 더욱 구조화된 방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순정부품 대신 대체부품이 원칙화되면서 "순정을 쓰면 보험 적용이 안 되고 비용만 커진다"는 식의 과장 설명이 반복되고, 소비자가 대체부품을 사실상 강요받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료 절감이라는 정책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물론 순정부품도 보험 적용은 가능하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대체부품 사용이 원칙화되면서 소비자가 순정부품을 고르면 보험사는 대체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비용을 책정하고, 차액은 소비자가 떠안아야 할 수 있다. 대체부품을 선택하면 OEM 부품 공시가격의 25%를 환급받을 수 있지만 순정부품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 현장에서 "순정은 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과장된 설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대체부품을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50.3%였고,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경우는 64.3%에 달했다. 정비소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는다. 소비자가 정보 없이 선택을 강요받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되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인증 대체부품은 순정부품보다 평균 30~40% 저렴하다. 보험사가 부담하는 수리비 총액이 줄면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 압력이 낮아진다. 보험개발원은 대체부품 사용 확대 시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보험금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다.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완성차 업체의 높은 순정부품 가격 구조가 보험료 상승의 핵심 원인"이라며 제도 추진 배경을 설명한다. 다만 당장 소비자가 체감할 수준의 보험료 인하는 제한적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이미 2015년 인증 대체부품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비소 안내 의무가 약하고 소비자 인식도 낮아 활용률은 1% 미만에 머물렀다. 이번 약관 개정은 대체부품을 보험 처리의 '원칙'으로 못 박은 첫 사례다. 제도는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현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제야 들어선 셈이다.


해외는 어떨까. EU는 2010년대부터 소비자가 대체부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고, 제조사가 대체부품 사용을 이유로 보증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미국도 '매그너슨-모스 보증법'으로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제도적 기반은 갖춰져 있지만 소비자 신뢰와 현장 적용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품질 기준 강화와 고지 의무 확대 등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증 부품 사용이 차량 보증 무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법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정비소가 이를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는 닿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견적서에 순정·대체부품 가격을 의무 병기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준 안내 문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보험료 절감이라는 정책 목적은 정비소의 강매 구조 속에서 왜곡될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사무실 입구. (사진=교통일보)

고안수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본부장은 본지와의 만남에서 “일부 정비업체에서 강매 행위가 발생한다면 업계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대체부품 사용을 원칙화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번 개정이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대체부품의 품질 불안과 공급망 부족, 책임 소재 불명확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증 부품은 범퍼·도어 등 일부 외장품에 한정돼 있고, 연결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수리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품질 하자가 발생했을 때 정비업체에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업계가 경계하는 대목이다. 고 본부장은 “소비자 권익과 안전을 지키려면 의무화보다 안내 강화와 신뢰 기반 구축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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